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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전화라도 하시지
김재철/농학박사, 칼럼니스트
2012-06-12 14:58:25최종 업데이트 : 2012-06-12 14:58:2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한때 간송미술관 최완수 선생의 '한국 불상의 원류를 찾아서'에 매료되기도 하고, 고 오주석 선생의 '한국의 미',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몇 년 전 경기도박물관에서 성인대상 사회교육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도자기' 강의가 있었다. 평소 우리 문화재 특히 도자기에 관심이 있던 차에 '딱 이거다 싶어' 서둘러 등록을 했다. 기간은 매주 수요일로 8주간이고 현지답사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의 내용은 정양모 선생의 '한국 도자기의 미'를 비롯하여 도자기 역사, 가마(窯), 태토, 유약, 문양 등 이었다. 현지답사는 여주 세계생활도자관, 이천 해강미술도자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관람으로, 특히 청자를 재현한 해강은 50여년 앞선 중학 선배이기에 더욱 눈 여겨 보게 되었다. 해강이 청자 제작 과정에 대하여 연필로 꼼꼼히 메모한 쪼끄마한 초기 수첩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방문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이다. 이곳은 조선백자를 연구하고 한국 전통도자를 전문으로 하는 도자전문 박물관이다. 
해설하는 여직원에 딴청을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어렸을 적 어머니가 고춧가루 단지로 사용하던 조그만 백자 청화국화칠보문 단지와 같은 종류가 있음을 확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느 박물관에서와 달리 분원 가마에서 제조한 백자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어!' 그런데 같은 크기, 같은 문양의 조그만 단지가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엎어 놓아 전시한 조그만 백자 접시 굽을 보았을 때는 아예 숨이 막히는 듯하다. 굽 주위를 따라 쇠붙이 등으로 쪼아 새긴 듯 한 한글이 전시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굽 주위에 선명하게 '고간대듕쇼오십듁'. 해설하시는 분에게 문의한바 '잔치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란다. 
전혀 내색은 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백자 고춧가루 단지 굽 주위에도 비슷한 한글이 새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왜 유약 작업 전에 글자가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냥 머릿속에 맴돌다가 드디어 해답의 빌미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렇다면 분명 한문 투의 말을 한글로 새겼을 터인데 정확한 한문표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몇 년 후, 문화재청 발간 월간지 내용 중에 백자 굽 주위에 한글이 새겨진 조그만 백자 사진이 눈에 띠었다. '얼씨구나, 땡이로구나'. 명문은 '뎡미가례시순화궁요간이듕쇼삼듁'이고 풀이하면 '헌종왕과 후궁 경빈 김씨(순화궁)의 혼례시 사용하기 위하여 1847년에 제작 되었던 것으로 추측'한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잔치'라는 의미는 같이 있어도 정확한 한문표기에는 못 미처 이번에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丁未嘉禮時順和宮(정미가례시순화궁)요간이듕쇼삼듁'이다.

문화재청에 전화 문의하니 글쓴이에게 연락해 전해주겠다더니 아무 소식이 없다. 할 수없이 홈피 게시판에 문의하려 하니 게시 글은 공식적인 답변을 줄 수가 없어 민원처리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민원처리 난에 접수를 하니 직접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신문고로 이관이 된다. '원, 세상에 이렇게 복잡해서야 어디 해 먹겠나' 

할 수 없이 경기도박물관 홈피 상담게시판에 문의를 한다. 즉각 답변이 달린다. '丁未嘉禮時順和宮 庫間大中小三竹(정미가례시순화궁 고간대중소삼죽)' 더구나 '요간이듕쇼삼듁'의 '요'와 '이'는 '고(庫)'와 '대(大)'를 잘못 읽은 것이란다. 
풀이하면 '정미년 가례시 순화궁 곳간(庫間)에 대중소 크기의 항아리 3죽 (납품)'의 뜻이다. 
1죽은 10개로 3죽은 30개이다. 따라서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에서 읽어 본 '고간대듕쇼오십듁'은 '庫間大中小五十竹'이다.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신문고에 접수되어 처리기관 문화재청에서 되돌아온 답변은 얍삽하게도 질의사항 중 두 가지만 대변인실 소관이라 전제한 후, 한자표기는 '丁未嘉禮時順和宮 用간이仲所三竹'이라 추측한다고 했다. 그나마 '用간이仲所'는 '고간대중소(庫間大中小)'를 정확히 읽지도 못하고 엉뚱한 추측만으로 끝나, 끝내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래서 경기도박물관 답변내용으로 월간지 게재 내용을 정정하도록 '소중한 독자의 의견'을 보냈으나 어떤 연유인지 매월 있던 '바로잡습니다' 난이 다음호에는 아예 없어지더니 한달 건너서야 다시 나타났다. '거참, 해괴한 일이네. 없던 정정 난도 새로 만들어야 했을 텐데'

그렇다면 이참에 경기도박물관 홈피같이 아예 '상담게시판'을 만들든지, 아니면 문의자가 기다리지 않도록 '에이, 모르겠다' 라고 즉각 전화라도 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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