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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
김재철/농학박사, 칼럼니스트
2012-06-27 13:28:07최종 업데이트 : 2012-06-27 13:28:0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옛 화장실인 뒷간은 비교적 비위생적이어서 불편하더라도 집안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지니. 
그러나 처갓집이 멀수록 좋다는 의미는 남정네가 처갓집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의미, 또는 염려스러운 문제가 생겼을 때 처가에 까지 쉽게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어찌 보면 남성들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속담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한다면 가능한 의미일 수도 있다. 

우량 신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각각의 장점을 가진 두 개의 품종이 필요하다. 이를 교배하여 서로만의 장점을 갖는 새로운 후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물론 단점들이 후대에 전달될 수 있지만 대를 거듭하여 단점들을 없애면 장점만을 갖는 새로운 우량 품종이 탄생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각각의 장점을 가진 품종들은 이론상 가까운 지역 내에 나타나기 어렵다. 따라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특성을 확인한 후 새로운 우량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한다. 
자국 밖의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새로운 자원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국가 사이에 알게 모르게 저개발 또는 점령지역 등에 군사력 이외에 학자들이 동행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를 기아에서 해방시킨 공로로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가 미국인 볼로그(1914~2009)이다. 점령국 일본에서 수집한 농림10호라는 밀 품종을 이용하여 볼로그는 새로운 밀 품종을 개발, 보급, 전 세계 밀 생산량을 2배로 올렸다. 
그런데 농림 10호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밀 품종 '앉은뱅이 밀'을 가져가 이를 이용하여 개발한 품종이다. 역설적으로 밀 자급률 2%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그런 밀을 수입하는 현실이다. 

이밖에 우리나라에서 유출된 자원으로 상품화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미스김라일락' 등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없어진 토종자원들도 많다. 우리가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강대국들이 혈안이 되어 수집해간 것이다. 
하찮게 보이는 길가의 잡초(잡초라는 용어 자체가 맘에 들지 않지만)도 경우에 따라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으니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뒷간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_1
서호납줄갱이-우리나라에서 멸종되어 현재는 미국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에 표본으로만 남아있다

최근 수원시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광교산, 칠보산, 여기산 일대에 천연기념물을 비롯하여 한반도 고유종과 멸종위기종, 희귀식물, 국제적보호종 등 32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확인된 동식물자원은 수원시민의 자원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원이다. 서호에 유일하던 세계적 특산어류 '서호납줄갱이'의 불행한 예를 보더라도 수원시민은 이 같은 우리의 유전자원 보전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겠다.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 유전자원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소재이다. 이런 의미로 육종가들은 의례 처갓집은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물론 화장실은 가까운 곳이 좋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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