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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떠나는 피서
윤수천/동화작가
2012-07-16 14:31:43최종 업데이트 : 2012-07-16 14:31:4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전쟁의 상처와 후유증으로 암울하기 그지없던 시기였다. 교실도 없이 맨바닥에 앉아 공부를 해야 했고, 책상과 의자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교과서는 물론 연필과 공책조차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어쩌다가 책을 한 권 얻게 되면 겉장이 닳아 너덜거릴 때까지 읽었다.

하루는 선생님과 같이 시험지 채점을 했는데 선생님은 그 답례로 읽어 보라며 책을 한 권 선물하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펴보니 돈키호테란 책이었다. 돈키호테? 처음 들어보는 그 낯선 이름 탓이었을까? 나는 그 책을 며칠 간 책상 밑에 쳐 박아 둔 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하루는 문득 심심함을 털어버릴 요량으로 선물로 받은 책을 생각했고 살며시 책의 속살을 들여다보았겠다.

그런데 놀랍기도 해라! 책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아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날 밤 나는 새벽닭이 울 때까지 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니, 이거야말로 내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그 책은 라만차란 마을에 사는 한 귀족이 기사들의 모험담을 읽고 정신이 삐딱해져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한 나머지 늙은 말을 끌고 모험의 길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그 모험의 길에서 거인으로 나타난 풍차와 영웅적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도깨비불과도 싸우는 등 자신의 이상과 꿈을 향해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문호 미구엘 세르반테스에 의해 씌어 진 익살과 풍자로 가득 찬 이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책이란 참 재미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이것이 독서의 길로 들어서게 한 요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머리가 허연 오늘날까지 글을 쓰고 있으니 책에 대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후텁지근한 이 여름날, 책 타령을 하는 이유는 독서야 말로 피서 가운데서도 가장 경제적일 뿐더러 유익한 피서가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펼쳐 놓고 책의 진미에 흠뻑 빠지다 보면 더위쯤이야 가볍게 물리칠 수가 있다. 해서 예부터 독서 삼매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 곧 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할 것이고 직장인들은 휴가를 얻을 것이다. 그러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누구나 산이든 바다든 한 번쯤은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 여행가방 안에 책 한 권을 넣어가는 것은 어떨까? 시집 한 권도 좋을 듯싶고, 수필집 한 권도 좋을 듯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읽는 시 한 편, 수필 한 편은 공기 탁한 도시 안에서 눈 비벼가며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어디에서 읽느냐가 중요하다. 그건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어느 장소에서 처음 만났는가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인가? 야구장인가? 아니면 노래방이나 카바레인가? 

산과 바다는 일에 지치고 욕망에 찌든 심신을 세척하는 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기에다 자연의 싱싱한 에너지를 얻어 올 수 있어 내일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데도 최상의 휴식처이다. 여기에 책은 참으로 유익한 동행이라 하겠다. 내 아는 분 가운데는 가족여행 때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넣어가지고 가서 여행지에서 독서 발표회를 갖는 분이 있다. 
여행 마지막 날 밤에 차를 마시면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가족 앞에서 펼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분의 가족여행은 그냥여행이 아니라 교양과 사색을 쌓는 여행인 것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 그것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저 너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일이요, 수많은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쁨이 되는 것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다들 어렵다고 하는 올 여름, 이름난 휴양지 대신 가까운 곳에 나가 책 속에 푹 빠져보는 피서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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