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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부터
윤수천/동화작가
2013-01-29 07:13:22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07:13:2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삶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부터_1
삶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부터_1

나는 재작년 봄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책을 펴낸 적이 있다. 
MBC TV '그날' 프로에 소개된 김경민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녹내장으로 수술만도 수물 여섯 차례나 받았지만 열세 살에 끝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운명을 맞는다.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된 그녀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나와 숙명여대에 입학을 한다. 그리고 삼성화재로부터 안내견을 분양받는 행운을 얻어 대학을 다니게 된다. 그리고 7학기만에 교육학과 수석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졸업을 한다. 그녀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서울교육청 교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여 자신의 꿈이었던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되어 교단에 서게 된다. 

이상이 내가 출판사로부터 받은 그녀의 인적 사항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김경민 씨를 직접 집으로 찾아가 만났다. 하지만 인터뷰 시간은 고작 한 시간이었다. 다음날 학교 수업 준비를 위해서 그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한 시간의 인터뷰와 방송프로, 약간의 참고 자료를 가지고 나는 책을 썼다. 그러면서 여러 번 손을 멈춰야 했고,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손을 멈춘 것은 그녀가 살아낸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들고 막막했던 때문이었고, 가슴을 쓸어낸 것은 그 절벽 같은 세월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선 그녀의 용기와 의지가 빚어낸 감동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라. 열세 살인 어린 나이에 앞을 못 보게 되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절망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부만 해도 그렇다. 성한 몸을 가지고도 하기 힘든 공부를 그녀는 점자에 의지해 대학까지 졸업했다. 비록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이 컴퓨터 파일로 된 교재를 만들어 주어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그건 그녀의 용기와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일반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까지 섰다. 

첫 부임지의 교장 선생님이 그녀를 맞는 자리에서,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신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겐 이미 하나의 교육이 되었노라고 말한 것은 결코 과장이나 헛인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 김경민 씨가 바로 본보기라 할 것이다.

사람이 한 생을 살기 위해서는 숫한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어려움 없이 한 생을 살아낸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맑고 푸른 날씨만을 원하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청명한 날이 있으면 흐리고 비나 눈이 내리는 날도 있는 게 하늘의 사정이듯 우리네 삶도 여러 갈래의 빛깔을 색칠하게 돼 있다.

나는 운명을 개척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운명을 수용하는 일도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피하려 들지 않고 끌어안아야만 개척도 할 수가 있는 것 아닌가.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자살에 이은 일반인들의 자기 파괴가 줄을 잇는 것도 따지고 보자면 운명을 수용하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대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마디가 건축물의 기둥처럼 받쳐주는 덕분에 대나무는 휘지 않고 상향 성장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는 대나무의 상처가 아문 자리이다. 인생에 비유하면 고난과 역경, 좌절과 절망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마디 없는 대나무가 없듯이 고난 없는 인생은 없다. 

한 번뿐인 시간을 사는 인생. 그렇기 때문에 그 삶이 더욱 소중한 것이리라. 시각장애인 김경민 씨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못했을 거라고 한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녀는 오늘도 어린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르치는 과목은 영어 하나지만 그녀는 그보다 더 몇 갑절 중요한 '인생' 이란 과목을 몸으로 가르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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