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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삶의 에너지다
윤수천/동화작가
2013-02-23 10:47:03최종 업데이트 : 2013-02-23 10:47:0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최근에 산문집을 내서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뜨건 반향을 얻고 있는 한 여류시인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는 두 개의 서랍이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무실 안에 있던, 언제나 꽁꽁 잠겨 있던 '접근 금지' 엄명의 서랍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서랍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돈다발 대신 다섯 권의 공책이 들어 있어 펴 보니 그건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적힌 일기였다는 것. 

그리고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오늘도 외로웠다.' 라는 문구를 본 것이라고 했다. 항상 근사하게만 보이던 아버지의 안에 저런 것이 살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시인은 그때부터 사람의 내면에 있는 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됐노라는 고백을 했다. 

외로움! 그것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니, 하루에도 그것을 잊고 사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 한다면 과연 몇이나 자신 있게 손을 들까. 모르면 몰라도 몇 안 될 것이다. 
오죽했으면 시집 제목에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푯말까지 붙인 시인이 있을까 싶다. 옳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이 아닌 것이다. 

외로움은 삶의 에너지다    _1
사진/e수원뉴스 편집실

젊은 날에도 그랬지만 나이 들어 보니 외로움은 더욱 가까이서 느끼게 된다. 아니, 어쩌면 외로움과 동거를 하는 기분이다. 하루도 외롭지 않은 날이 없으니. 헌데 이 외로움이 날이 갈수록 싫지 않고 고맙기까지 하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외로움이 고맙다고? 그게 말이나 될 법한 말이냐고 대드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게 있어 외로움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다. 왜냐 하면, 내 동화는 모두가 외로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닭이 알을 낳듯이 외로움이 동화를 하나씩 세상에 내보냈다. 그러니 외로움에 대해 감사할 수밖에. 

십여 년 전 문단등단 30주년이란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고 출판기념회란 것을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런 인사말을 했다. 
"저는 어릴 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면 외롭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을 줄 알았습니다. 헌데 어른이 돼도 여전히 외롭고 그리웠습니다. 해서 이번에는 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된다면 그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헌데 할아버지가 되고서도 여전히 외롭고 그리웠습니다. 해서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떠나지 않을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면 부둥켜안고 살아가기로요. 돌아다보니 제 동화의 원천은 바로 외로움과 그리움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이것들을 끌어안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눈을 좀 더 크게 뜨면 나만 그런 게 아닌 듯싶다. 글을 쓰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창작은 외로움 없이는 결코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고약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어찌 문학이나 예술뿐이겠는가. 모든 삶에는 외로움이 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이 외로움을 삶의 에너지화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다. 외로움을 피하지 말고 즐기는 것도 삶의 한 지혜로운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수원의 한 도서관에서 50세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 노후의 노리갯감으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을 자주 강조하곤 한다. 노후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글쓰기 시간으로 환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외로움이 오히려 반갑고 고맙게 여겨질 것이라는 것. 

날로 늘어나는 인간의 수명에 비례해서 외로움 또한 깊어지기 마련일 수밖에 없다. 이를 치료하는 일 또한 개인의 문제이면서 나아가 사회적 고민도 된다. 
그렇다고 사회가 나서서 개인의 외로움까지 해결해 줄 수도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로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외로움을 삶의 에너지로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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