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에 비해 안 가진 게 몇 개 있다. 자동차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굳이 그 이유를 밝히자면 자동차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란 구속물로부터 자유스러워지고 싶어서라 하겠다. 지난 15일 열린 행궁동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지역에서 차를 빼내는 '자동차로부터의 독립만세' 행사 어디 그뿐인가. '잃어버린 한 조각'이란 동화처럼 아주 소중한 것을 되찾지 않을까 싶다. 어느 곳에 동그란 원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원이 담장에 부딪혀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원은 슬피 울며 자신의 한 조각을 찾으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고 보니 전처럼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뒤뚱거리며 느릿느릿 굴러야만 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소득이 있었다. 길옆의 꽃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가 하면 풀 속의 벌레들과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가 있었다. 온전한 몸으로 빨리 굴러갈 때는 그러고 싶어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고생 끝에 원은 잃어버린 자신의 한 조각을 찾았다. 이제 원은 전처럼 빨리 구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전처럼 빨리 구르다 보니 길옆의 꽃들과 인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벌레들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원은 찾았던 자신의 조각을 도로 내려놓고 천천히 구르기 시작했다. 저 길옆의 꽃들과 인사를 하고 싶어서, 저 풀벌레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자동차 없는 거리 조성은 미래에 화석 연료가 고갈됐을 때를 대비한 우리들의 삶의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것보다는 속도의 노예가 돼버린 현대인의 삶을 반성해 보는 쪽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자동차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들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속도의 편리함과는 별도로 느림의 미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삶 속에 접목하려는 운동이 일고 있다. 작금의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각종 느림에 관한 서적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고 본다. 자동차 없는 거리는 바로 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혁신적인 삶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은 머리와 직결돼 있다. 사고를 얻는 지름길이 된다. 그래서 과학자나 예술가, 철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걷기를 즐겼다. 그것도 빠른 걸음이기보다는 느린 걸음을 통해 사고의 문을 활짝 열어 왔다. 내가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갖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전대를 잡는 대신 버스나 기차, 전동차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빌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거나 작품을 구상하는 즐거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창작 여행이라 생각해 왔다. 자, 우리 모두 자동차 없는 거리를 활보해 보자. 그리고 저 푸른 대지의 숨결을 맘껏 마셔보자.*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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