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터키 할아버지 생각
최정용/한국지역언론인클럽 사무총장·시인
2014-06-13 14:03:10최종 업데이트 : 2014-06-13 14:03:1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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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쯤 기억이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접고 여행을 떠났다. 수원 서둔동 앙카라학교공원 개장식 (2013/06/25) 여행은 계속됐고 지금은 이름조차 희미한 시골마을 선술집에서 생긴 일화다. 오솔길에 달구지가 다니는 시골마을이니 낮선 동양 젊은이가 얼마나 생소했을까. 와인을 건네던 어르신께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더니 갑자기 "아리랑~아리랑~아라아리이요~"를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어떻게 그 노래를 아시냐고 여쭸더니, 한국전 참전 용사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내게 "잠깐만 편하게 있어" 하더니, 당신 댁으로 가서 빛바랜 앨범을 가져오시는 것이겠다. 한국전 당시 찍었던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더니 무용담을 늘어 놓으신다. 그 분께 한국에 돌아가면 '아리랑' 테이프를 꼭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하고 그 마을을 떠났다. 그 후로 여행 길에서 네 분을 더 만났다. 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제2의 고향이었고 청춘을 바친 나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정작 도움을 받은 우리만 그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행 내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형제의 나라이고 우리는 형제였던 것이다. 아무 거리낌 없이 4차선 도로를 건너와 '내 형제여!(My friend!)'를 외치며 포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낯설어하며 우물쭈물하던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한국에 와서도 터키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Merhaba?(안녕하세요?)를 외칠 수 있는 것도 그 할아버지가 몸으로 전해준 '형제애(Friendship)' 때문일 게다. 형제애 또는 자매애는 입으로 나불거리는 품목이 아니라 몸 깊이 채워두고 호흡처럼 함께 사는 준엄한 정신이라는 사실을 느끼게한 터키에서의 40일이 그립다. 스스럼없이 아리랑을 부르며 한국이야기를 들려주던 터키 할아버지, 지금도 아리랑 테이프를 듣고 계실까? 아니, 아직 살아계시기는 한 걸까? 인민을 해방시킨다는 오만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의 6월. 하늘이 푸르른 날, 터키 할아버지 생각이 사무치는 까닭은 왜일까. 할아버지, seni seviyorum.(세니 세비요름 : 사랑합니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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