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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잔치를 벌여보자
김재철/농학박사, 칼럼니스트
2012-11-13 11:02:31최종 업데이트 : 2012-11-13 11:02:3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농업인 최고의 공식 기념일은 지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다. 그런데 이날은 모 제과회사 판촉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이비 기념일인 빼빼로데이로 젊은 층 사이에 알려졌다. 이에 바이러스백신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는 2003년부터 11월 11일을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데이로 지정, 사내 행사를 시행한다. 즉 11월11일 모양이 우리 가래떡을 4개 세워놓은 모습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가래떡데이'로 정하고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가래떡을 만들어 나눠 먹는 행사를 가진다. 정체불명의 행사보다 순수한 한국적 농업관련 행사에 더 관심을 가지자는 뜻이다.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것은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가래떡 어원에 대하여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가래라는 뜻이 떡이나 엿 따위를 둥글고 길게 늘여 만든 토막이나 이것을 세는 단위를 말하며, 가락보다는 굵은 것들을 부를 때, 예를 들어 엿가래, 가래떡과 같이 쓰인다고 한다. 또 하나는 농기구 가래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래는 삽날 양쪽에 긴 줄을 매달아 한 사람은 삽자루를 잡고, 양쪽 두 사람은 긴 줄을 당기면서 흙을 파거나 고르는 기구로 여기서 줄을 가래줄이라고 하여 떡을 가래줄 모양처럼 길게 손으로 비벼 만들었다고 해서 붙였다는 설도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가래떡을 백병(白餠)이라고 하고, 병탕(餠湯), 즉 떡국은 설날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 하였다. 가래떡은 멥쌀로 만든다. 쌀을 불려 소금 간을 맞추고 빻아 체로 쳐, 물을 뿌려가며 버무려 시루에 찐 다음 절구에 찧는다. 찧은 떡을 조금씩 떼 도마 위에 놓고 두 손바닥으로 길게 밀어 가래떡을 만든다. 

요즈음 가래떡 수작업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양(陽)을 상징하는 가래떡은 식구들의 수명장수를 기원한다. 설날 먹는 떡국은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버리라는 의미가 있고, 잘게 썰어 둥근 떡 모양은 엽전을 닮아 재복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가래떡 잔치를 벌여보자_1
가래떡 잔치를 벌여보자_1

방앗간 아저씨는 양손을 이용, 돌아가는 쇠바퀴에 잽싸게 피댓줄을 건 다음 불린 쌀을 빻는다. 작업이 끝나면 막대기를 걸어 피댓줄을 내려놓고 다음 단계 피댓줄을 건다. 
가래떡도 뽑고 고춧가루, 메주도 빻는다. 어린 시절 방앗간에 갈 때면 피댓줄 거는 동작을 조마조마하게 구경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스위치 하나면 그만이다. 그나마 방앗간에서 직접 가래떡 뽑는 가정도 점점 줄어든다. 

세계 최장 길이로 기네스 기록을 가진 가래떡도 있다. 서울 약령시 한방문화축제에서 만든 길이 3.96㎞의 가래떡이다. 시금치, 자색고구마, 당근 등을 이용한 '컬러풀'한 가래떡도 있다. 
정부에서 개발한 검은 쌀, 붉은 쌀, 오색 발아현미 등 기능성 쌀은 색을 추가하지 않아도 오색 가래떡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지는 단점을 보완한 가래떡도 개발되었다. 

가래떡의 칼로리는 100g에 239㎉로 다이어트 측면에서 보면 결코 추천할 만한 식품은 아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섭식하기에는 설거지가 필요 없는 등 안성맞춤으로 아침밥 거르는 어린 학생들이 먹어도 좋다. 
겨울철 간식으로 딱딱해진 가래떡을 화롯불에 구워 양념장에 찍어 먹던 때도 있었다. 이번 가래떡의 날에는 어른 아이 모두 모여 '오행의 덕'으로 생성된 오색의 가래떡으로 떡을 치는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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