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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늙지 않는다
김재철/농학박사, 칼럼니스트
2013-05-04 12:18:28최종 업데이트 : 2013-05-04 12:18:2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우리 부부는 광주 사는 친구부부와 벚꽃 나들이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광주역에 도착, 일단 섬진강을 끼고 곡성 구례를 거쳐 하동 쌍계사로 향했습니다. 매화마을로 유명한 바로 그 섬진강 가입니다. 강가 도로변은 벌써 벚꽃 꽃잎으로 치장하고, 차창 밖 꽃잎 떨어지는 모습에 어린아이처럼 차를 세우고 감상에 들어갑니다. 
'봄바람이 꽃가지를 흔들고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힌다' 곽재구 시인의 봄처럼 마냥 어린 아이가 된 기분입니다. 

쌍계사 입구 계곡에서 속세의 손을 씻으려니 계곡물인지 벚꽃 물인지 모를 지경으로 바위 틈새가 꽃잎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쌍계사 벚꽃 길은 약 80년 전 화개 면민들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도로를 개설하고 벚나무 1,200그루를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랍니다. 그 벚꽃 길이 십리입니다. 

마음이 벚꽃에 묻혀 광주로 돌아옵니다. 저녁은 우렁무침 된장찌개와 잎새주로 합니다. 식당 입구 벽에는 '반가운 우리 집 손님'이라는 액자가 붙어있습니다. 부족한 음식을 더 달라고 하는 손님,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하는 손님, 불친절, 위생 상태를 지적해 주는 손님 등이 그런 손님이랍니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_1
마음은 늙지 않는다_1
마음은 늙지 않는다_2
마음은 늙지 않는다_2

식사 후 라이브 생맥주집으로 갑니다. 신청곡은 학창시절 즐겨 듣던 닐 다이아몬드의 '스위트 캐롤라인'입니다. 노래를 마친 통기타 가수가 탁자로 옵니다. 우선 맥주 한 잔 권했지요. 처음 본 나를 지난번에 뵙던 구면이라고 운을 뗍니다. 서울에서 카페 가수 활동하다가 이곳에 눌러 앉은 지 2년 되었다고 하며 작사 작곡 노래까지 부른 CD를 한 개씩 줍니다. 벽에는 자화상과 인물 스케치도 있습니다. 재주가 비상한 젊은이입니다. 그럭저럭 자정이 넘어 갑니다. 

이튿날 아침은 콩나물해장국에 모주 두 잔으로 해결하고 무등산 옛길 따라 올라갑니다. 봄기운에 온 산이 연두색으로 무르익고 멀리 산벚나무 꽃이 하얀 솜털처럼 뭉쳐 보입니다. 산길을 내려오니 도로변 큰 바위에는 '암행어사 민달용 1857년 초가을에 이곳을 지나감'(暗行御史 閔達鏞 崇禎紀元後 四丁巳初秋 過此), 또한 '아들 남평현감 민영직 임금의 명으로 1876년 가을 살펴 봄'(子南平縣監 閔泳稷 丙子中秋 奉審)이 큰 글씨로 음각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김덕령 생가에 들러 충효동정려비각을 둘러봅니다. 원래 이 마을에는 일송일매오류라 하여 소나무 한 그루, 매화 한 그루,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으나 지금은 수령 400년 된 지름 6m의 기묘한 왕버들 세 그루만 남아 연녹색 싹을 트며 굼틀거리고 있습니다.
마을 주위에는 어린 정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김윤제의 환벽당, 첫손꼽는 조선시대 정원 소쇄원, 김성원이 임억령을 위해 지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식영정 등이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임억령, 김성원, 고경명, 정철 네 사람을 식영정사선이라 불렀는데, 이들이 지은 식영정이십영은 후에 정철 성산별곡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김덕령, 김덕보 형제는 김윤제의 종손입니다. 

인근 담양 죽녹원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 메타스퀘이어 옛길에서는 젊은 쌍쌍들이 자전거를 즐깁니다. 젊은이들에 묻혀 우리 일행도 한 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며 즐깁니다. 죽녹원 내 산책로는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이 있고 영화 '취화선' 촬영장소인 대나무 숲도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습니다. 죽녹원 입구 국수거리를 지나 죽통밥 전문점에서 죽통밥에 죽순회와 잎새주를 해치웁니다. 잎새주가 없어지는 즐거움에 죽순탕을 마냥 퍼 옵니다. 

며칠 더 쉬고 가라는 친구부부의 꼬드김에도 막무가내 광주를 떠나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이 더 들기 전에 자주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이야 날마다 여행을 떠나고 있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합니다. 이놈들은 미리 주고 간 이틀 분 사료를 하루치 밖에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제 딴에는 친구처럼 생각하던 머리 허연 내가 눈에 띄지 않으니 입맛이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아(我)가 있으면 아소(我所 내 것)가 생깁니다. 내 것이 있으면 아집과 집착이 생깁니다. 내 것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공(空)입니다. 내 몸 잘 지키고, 내 나라 잘 지키고, 나쁜 영향 끼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몸은 물질이라서 늙지만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에 늙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 광주역에서 읽은 묘원스님의 글입니다.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술 마시고 사는 즐거움에 오늘 하루도 지나갑니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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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늙지 않는다_4
마음은 늙지 않는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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