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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윤수천/동화작가
2014-04-20 13:21:02최종 업데이트 : 2014-04-20 13:21:0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6월 13일은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하체가 마비된 소년이 등장해 시축하는 아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된다 하여 벌써부터 야단들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헤드기어에서 뇌파를 모아 이 신호를 의족에 전달해 공을 차게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처럼 눈부시게 변화해 가고 있다. 옛날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과학의 힘을 빌리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체가 마비된 소년이 의족으로 공을 차는 일을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단 말인가? 얘기는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미래의 사회는 더욱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들의 기억과 생각을 기계에 저장할 수가 있고, 이를 외부 장치에 연결하여 생각한 그대로를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즉 뇌만 살아 있다면 육체의 건강 유무를 떠나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미래사회는 상상의 사회다. 이를 뇌의 세계, 마음의 세계라고도 한다. 일본계 미국인 미치오 가쿠가 펴낸 '마음의 미래' 는 인간의 두뇌를 파헤친 것으로 올해 초 발간되자마자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두뇌의 생각과 기억을 기계에 저장하여 외부 장치를 통해 생각한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는 명실공이 상상의 세계를 예언한 책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미래가 꼭 좋은 세상만 가져다  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칼이 식탁에서는 유용한 이기(利器)로 쓰이나 악한의 손에 쥐어 쥐면 남을 해치는 무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현대의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실은 여기에 있다. 알다시피 오늘날은 활이나 칼로 싸우는 전쟁이 아니지 않은가? 미사일 한 방이면 하나의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게 오늘날의 전쟁이다. 그러니 북한의 핵에 대해 우려를 갖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무기를 들고 싸우자고 할 수도 없는 일.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어디 전쟁뿐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상해나 살인 같은 행위도 무시할 수 없는 미래 사회의 불안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해소하려는 비인간적 행위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사회적 불안이 증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인성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오늘이다. 날로 거칠어지고 과격해지는 현대인의 마음에 꽃씨를 심어주는 일, 그것은 교육만 가지고는 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삶의 가치와 도덕심이 회복되지 않는 한 미래에 대한 기대 역시 바랄 수 없다 하겠다. 

일본 동화에 이런 작품이 있다. 
봄나물을 뜯으려고 산에 들어간 소녀에게 산할머니가 나타나 얘기를 들려준다. 이 산에 피어 있는 모든 꽃들은 저 아랫마을 사람들이 피운 거라고. 즉,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한 번 할 때마다 꽃이 한 송이씩 피었다고. 네 발 밑에 피어 있는 작은 꽃은 엊저녁에 네가 피운 꽃이라고.

건강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_1
사진/이용창
 
가난한 엄마가 장롱에서 돈을 내보이며 옷을 한 벌밖에 살 수 없다고 힘없이 말했을 때, "엄마, 난 괜찮아요. 동생 옷이나 사 주세요." 하고 네가 말한 그 순간에 핀 꽃이라고. 그리고 저쪽 구석에 피어 있는 조금 큰 꽃은 네 친구가 보름 전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부축해 집에까지 모셔다 드렸을 때 피었다고. 
그리고 또 얘길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높고 낮은 산들은 마을 청년들이 용감한 일을 했을 때 한 봉우리씩 태어났다고. 
'꽃 피는 산'이란 동화다.

그렇다! 좋은 세상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려주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건강한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 사회를 구성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없다.

오늘 나는 어떤 꽃을 한 송이 피웠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자. 젊은이라면 오늘 하루 어떤 산봉우리 하나를 태어나게 하려고 땀을 흘렸는가, 스스로 질문해 보자.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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