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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도서관, 시부야대학, 누구나학교
양훈도/경희대 외래교수
2013-06-09 12:15:34최종 업데이트 : 2013-06-09 12:15:3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요즘 기회 될 때마다 '똑똑도서관'과 '시부야대학'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똑똑도서관은 파주 교하1차 월드메르디앙아파트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운영방식은 이렇다. 단지 내 참가 가구가 각자 소장한 책의 목록을 제출한다. 이들 목록을 다 모아 홈페이지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책을 빌리고 싶은 주민은 집에서 이 DB를 검색해서 원하는 책을 고른다. 책을 빌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소장자와 약속을 한다. 합의한 시간에 찾아가 '똑똑' 노크를 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똑똑도서관이다.) 같은 단지 주민이면서도 낯선 사이였던 소장자와 대출자가 이웃이 되는 순간이다. 차를 나누며 책에 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점점 더 친밀한 관계가 진전될 수도 있다.

아파트는 '책 감옥'이기 십상이다. 주인의 눈길이 한 번 스쳐간 책과 표지도 넘기지 않은 책들이 마구 섞여 갇혀 있게 마련이다. 두고두고 읽고 또 읽는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다 읽은 책은 제 갈 길로 가게 해주자는 '북 프리(book free)'의 대의에 동감하기는 하지만 막상 남 줄 책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언젠가는 다시 찾게 될 날이 있을 것만 같아 책장에 쌓아두고 먼지만 앉히는 책이 태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책들에게 새로운 독자도 소개해주고, 이웃의 정도 이어주고 쌓아주는 일이니 똑똑도서관은 그야말로 꿩 먹고 알먹고, 사람 좋고 책 좋고다.

똑똑도서관이 잘 굴러가기 시작하자, 운영진은 더 기발한 상상을 한다. 
책만 책이냐? 사람도 책이다! 김승수 똑똑도서관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학교'와 '도서관' 중 어떤 컨셉으로 세팅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매개가 책이긴 하지만 무엇을 통해 배운다는 개념을 적용할 경우 '학교'의 컨셉이 보다 적당해보였기 때문입니다. 허나 배움을 전하는 매개가 되는 '사람도 책'이란 개념을 적용해보니 그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네, 사람도 책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사람을 빌릴 수도 있게 됩니다. 김치를 잘 담그는 할머니, 리본을 잘 만드는 아주머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저씨, 악기를 잘 다루는 대학생…. 그렇게 생각하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책을 통해 서로 간 배울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리라 생각합니다. 즉, 활자화 된 책도 빌릴 수 있지만 자신만의 취미와 관심사, 그리고 나누고 싶은 주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책을 빌려보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똑똑도서관을 시범사업으로 리본수업, 요리수업, 데일리드로잉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시부야는 일본 수도 도쿄의 구(區) 가운데 하나다. 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이 즐비해 한국인도 잘 아는 바로 그 시부야다. 시부야대학은 거기에 있는 대학(University)의 이름이 아니고 비영리단체(NPO)의 명칭이다. 
'마을을 캠퍼스로'라는 모토가 말해 주듯이 지역 안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구민 모두가 '큰 배움'을 나누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관내 공공기관, 기업, 상점 어느 곳이든 공감하는 곳이면 강의실이 된다. '교수'는 나이 제한도 없고, 학력 제한도 없다. 이웃에게 전해주고 싶은, 삶에 유용한 지혜와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검증을 거쳐 강의를 할 수 있다. 

동네 어린이가 마을 투어를 가이드 하는 수업도 있고, 담당 공무원과 함께 쓰레기 수거에서 처리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수업도 있단다. 지난해 시부야대학의 강좌 수는 634개, 강사는 691명, 확보된 강의실은 269개, 등록된 학생 수는 2만444명이다. 시부야 인구가 20만 정도라니까, 무려 구민의 10%가 시부야대학생으로 등록돼 있다는 얘기다.

똑똑도서관만큼이나 시부야대학도 부럽다. 똑똑도서관도 인터넷에 떠돌던 'Project : Knock Knock Library'의 기획안을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시부야대학이라는 개념과 아이디어는 시부야 구의원인 하세켄 씨가 내놓았고, 학장인 사쿄 씨가 실행에 옮겼다. 사쿄 씨는 와세다대학 출신으로 원활한 대학 운영을 위해 대기업에 입사, 3년간 경험을 쌓은 다음 2006년 대학을 개교했다. 우리 수원에 이 아이디어를 도입해서 더 근사하게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아니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원에서는 똑똑도서관이나 시부야대학보다 더 훌륭한 프로젝트들이 다듬어지고 있을 것이다.

※뱀발; 이미 눈치 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두 프로젝트의 내용은 지난 4월말 수원평생학습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위에 인용한 김승수 관장의 글도 그 심포지엄 자료집에 실려 있다. '시부야대학' 관련 내용은 직접 일본에 가서 조사해 온 정성원 수원평생학습관장의 글에서 인용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흥미로운 발표가 많았다. 새로운 학습협동조합인 지혜로운 학교(U3A 서울), 온라인 경험 공유 플랫폼인 위즈돔 등이 소개되었다. "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시민의 힘: 가능성에서 일상으로"라는 정민승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의 발제 논문은 교육의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통찰한 글이다.

이 심포지엄은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시작한 '누구나학교'의 본격 확산에 즈음하여 기획되었다. 누구나학교는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와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고, 배움을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학생이 될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이다. (nuguna.suwonedu.org) 예컨대, '아빠와 함께 하는 알뜰 캠핑 노하우', '여고생과 함께 하는 진짜 재미난 미술사', '에스라인 국희씨의 맷돌댄스, 포크댄스', '베레모 할아버지의 즐거운 하모니카 시간'. '훈남 대학생의 커피향 가득 통기타교실' 등등. 

똑똑도서관, 시부야대학, 누구나학교_1
똑똑도서관, 시부야대학, 누구나학교_1

(어쩌다보니, 지난 1월부터 누구나학교 응원단장을 맡게 됐다. 취지가 마음에 들어 흔쾌히 수락했다. 누구나학교는 6월8일 만석공원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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