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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싶으면 먼저 줘라
윤수천/동화작가
2013-10-20 10:13:51최종 업데이트 : 2013-10-20 10:13:5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수원의 토박이 시인, 하면 임 아무개라는 것을 글 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다. 
임 시인은 수원 태생으로 약관의 나이로 첫 시집 '환생'을 출간하여 시인으로 등단하였을 뿐 아니라 수원문인협회를 창립한 초대 멤버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술꾼이다. 게다가 주량도 상당하다. 한 번이라도 그와 대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주량에 놀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깊디깊은 술 사랑에 감동(?)까지 안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안주는 남겨도 술병은 끝까지 다 비워야만 일어서는 사람, 그게 임 시인이다.

그런 그에게 고민이 하나 있었다. 어린 나이로 등단을 하고 보니 주위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문학행사 후의 뒤풀이도 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함께 자리를 한 선배작가들끼리는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어린 임 시인에게는 누구 하나 술잔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술은 먹고 싶은데 권하는 사람이 없으니 괴로울 수밖에.

고민 끝에 임 시인이 생각해 낸 게 먼저 술을 권하는 거였다. 선배들에게 술병을 들고 가서 잔에 술을 따러 주자 그제야 선배가 "자네도 한 잔 하게" 하며 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렵잖게 자신의 주량을 채울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역시 애주가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먼저 주라는 교훈을 그는 시인답게 행동으로 옮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받고 싶으면 먼저 줘라_1
받고 싶으면 먼저 줘라_1

나는 찜질방을 좋아하지 않는 반면 집사람은 찜질방을 아주 선호한다. 대략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찜질방에 간다. 집사람은 찜질방에 가면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을 골라 먼저 등을 밀어준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도 답례로 집사람의 등을 밀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더 좋은 게 있단다. 서로 등을 밀어주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까지 주고받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더 큰 수확은 한 번 등을 밀어준 사람과는 친구가 된다니 등 밀어주기는 단순한 선심 행위가 아니라 곧 친구 사귀기가 되는 셈이란다.

집사람 얘기를 하다 보니 며칠 전 신문에서 읽은 S선생의 글 생각이 난다. 이분은 호주에 사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한두 번은 꼭 대중탕을 찾는다고 했다. 호주에는 대중탕이 없기 때문에 고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대중탕 투어'를 즐긴단다. 특히 낯모르는 사람과 등을 밀어주다 보면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되어 수다까지 떨게 된다니 이보다 더 즐거운 여행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등 밀어주기는 타인과의 소통이자 배려라고 했다. 등을 밀어줄 때 오고가는 말이며, 비누칠과 손놀림을 통해 상대의 표정과 기분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대중탕이든 찜질방이든 한 번 꼭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그 '특별한' 투어의 별미를 한 번은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받기를 좋아한다. 인사도 그렇고, 선물도 그렇고, 칭찬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주는 데는 왠지 인색한 편이다. 돈이 드는 선물은 그렇다 치고 돈 안 드는 인사나 칭찬도 여간해서는 먼저 하려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주는 것을 마치 손해 보는 것쯤으로 여겨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주는 것을 마치 패자나 하는 못난 짓으로 착각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훈련이 안 돼 있는 것이다. 평소 훈련이 안 돼 있으니까 주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것이다. 인사도 그렇고 칭찬도 그렇다.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결코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큰 것을 받기 위한 베풂이다. 아니 설혹 받지 못하면 또 어떤가.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연애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몇 배나 더 크다는 것을. 그리고 그 행복감의 여운은 가슴에 남아 군불 땐 방처럼 오래오래 따뜻하다는 것을. 

최근 들어 자신의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기부금을 내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이 훈훈한 운동이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삶이 여러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본인에게는 맑고 향기로운 삶을 되돌려 받는 행복한 사회가 되었음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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