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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수원을 찾아 희망을 노래하라
최정용/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사무총장
2014-03-15 11:15:05최종 업데이트 : 2014-03-15 11:15:0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부장님. 수원화성의 세가지 특징이 뭔지 아세요?"
같은 회사 전승표 기자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마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 Korean Local Journalist Club) 회장단을 수원으로 초청해 1박을 하기로 한 터라 귀가 쫑긋해졌다.
"뭔데?"
수원토박이인 전 기자는 약간 달 뜬 얼굴로 거침없이 특징을 쏟아냈다.
"첫번째는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라는 겁니다." 그래 그 정도는 나도 들은 풍월이 있어 속으로 그 다음을 물었다.

"두번째는 최초로 벽돌을 찍어 성을 쌓았다는 거죠. 그 전의 성들은 돌로 만들었는데 수원화성을 돌 위에 벽돌을 만들어서 같이 성을 축조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 그렇군." 매년 꽃피는 춘삼월이면 회사에서 수원화성돌기 행사를 하는 터라 서장대를 올라 방화수류정을 지나 연무대까지 화성 따라 돌면서도 놓쳤던 부분이었다. 다시 곱씹어 생각하니 맞아, 그랬다. 단순한 돌성이 아니라 돌을 밑dp 저미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았던 게다. 그저 복원하면서 벽돌을 얹었을 것이라는 무지(無知)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애써 태연한척 하면 말을 건넸다. 

가끔 수원을 찾아 희망을 노래하라_1
가끔 수원을 찾아 희망을 노래하라_1

"마지막은?"
"전쟁에 대비해 정교하게 성을 쌓았지만 한번도 전쟁을 치른 적이 없는 성이라는 거죠." 그렇구나. 화성을 돌면서 느낀 것이지만 적의 공격에 대비한 치밀한 대응책이 성벽마다 묻어있었다. 먼거리에 있는 적과 성벽에 접근해 있는 적을 각기 다르게 조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던 점 등이 휙, 지나갔다. 그런데 전쟁을 한번도 치르지 않은 처녀성이었구나. 그 또한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수원화성의 세가지 특징을 설명하는 전기자의 표정에 묘한 자부심이 흘렀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곳의 문화유적에 대한 애정있는 이해에서 시작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의 여유랄까. 

드디어 그들이 왔다. KLJC 회장단.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후 수원화성을 소개하려는 은근한 욕심이 맺은 결실이다. 회장인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 편집국장이 사학을 전공했다는 점도 유인책의 하나였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니 회장단의 관심도 자못 컸으리라. KLJC는 지방과 중앙의 공동발전이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믿음으로 시작된 지역 언론인 모임이다. 국가 정책의 수립과 추진과정에서 지역여론을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중심으로 지역 언론의 내로라 하는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지역언론운동집단'이기도 하다.

화성따라 돌기를 하려고 했던 처음의 계획은 짙은 미세먼지 때문에 화성행궁만 돌아보는 것으로 긴급 수정됐다. 정조대왕의 웅비도 미세먼지의 습격을 막지 못할 터.
신풍루에서 시작한 정조 기행은 한없이 즐거웠다. 그네들의 삶이 고스란히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멀고 사랑은 깊었기 때문으로 추억한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은 역사에 대한 깊이가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신풍우 바람이며 종각의 의미까지, 시작부터 좋으셨다.

정조대왕이 노후를 설계했던 행궁의 속곳을 들춰보며 KLJC 회장단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 기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통치자가 만든 도시이니 어련하겠는가.
사족처럼 덧붙이면 가장 감탄을 자아낸 곳은 여기다.
화령전(華寧殿). 안쪽 깊은 곳에 있어 눈 밝은 이에게만 보이는 곳일게다.
사적 제115호로 1801년(순조 원년) 정조의 유지를 받들어 화성행궁 옆에 세운 정조의 영전(影殿)이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신위를 모신 사당과는 달리 영전은 보통 선왕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생전에 계실 때와 같이 봉안하는 곳이다.
그곳을 감싸는 색감이며 분위기가 현대의 화려함과는 아주 다르다. 그윽함이 배어나와 '역사가 이런 것'이라고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함께했던 KLJC 회장단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어쩌면 역사는 색(色)으로 기억되는지고 모르겠다. 사랑도 그러리라.

청와대가 '주 서식지'인 KLJC 회장단의 수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구체적인 현실이 됐다. 수원은 정조의 한(恨)과 이상이 공존하는 곳. 역사를 딛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본향(本鄕)이리라. 꿈꾸는 그대, 가끔 수원을 찾아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라.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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