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도시는 詩와 같다
홍숙영/한세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2011-06-07 12:45:18최종 업데이트 : 2011-06-07 12:45:1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얼마 전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이 흘러나왔다. 이 때 어디선가 나지막하게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버스 운전사였다. 
낭만을 아는,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다니... 절로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의 파리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버스운전사이다. 파리의 버스운전사는 세련되어 보이는 짙은 카키색 양복에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다. 
파리에서 버스운전사는 직장인이기에 앞서 '파리'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단정하고 멋있는 유니폼을 차려 입고 미소 띤 얼굴로 승객들을 맞이한다. 
게다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버스에 오를 때까지 기다려 주고, 버스 전용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딴죽을 걸지도 않는다. 

'딩동딩동' 듣기 좋은 벨소리 같은 경적 소리지만, 혹여 시끄러울까 자주 울려대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버스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탄 아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운전사들은 이들을 기다려주는 친절한 도시의 도우미이자 지킴이, 이미지다.  
 
파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 마치 시내 관광을 하는 것처럼 모든 게 새로워 보인다. 버스에 달린 커다란 창문 덕분일까, 아니면 멋지게 차려입은 운전사 때문일까? 아무튼 파리의 버스는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 일상을 기분 좋게 만드는 시민의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많은 도시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소구하기 위해 슬로건을 만들거나 비싼 대가를 치르며 디자인을 의뢰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 길, 다리, 버스, 지하철, 나무, 꽃, 건물이 도시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사실을……. 

'수원'의 도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슬로건을 바꾸거나 높은 빌딩을 세우거나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버스 운전사들의 유니폼이나 버스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환경미화원의 유니폼이나 버스정류장, 육교를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가로수, 교통 신호등을 수원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맞추어 꾸민다면,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훨씬 효율적으로 수원의 개성과 미적 감각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가치는 문득 지나가는 사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으며, 도시의 이미지는 가장 먼저 만나는 가장 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수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평범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롤랑 바르트는 "도시는 한 편의 시와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한 편의 시는 쉽게 써지지 않는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손님, 역사, 전통,  문화, 새로움을 더한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시를 짓기 위해 오늘도 도시는 자신의 시를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추천 0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