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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수원
홍숙영/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1-07-02 17:04:14최종 업데이트 : 2011-07-02 17:04:1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유럽의회 의원석에 엄마와 함께 자리한 비토리아. 최연소 참가자인 비토리아는 태어난 지 6주가 갓 지났을 뿐이었다. 

이태리 대표로 표결에 참가한 리시아 론줄리 의원은 "임신과 직업, 사회생활과 가사를 병행할 수 없는 모든 여성을 위해 딸과 함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힘든 것은 선진국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보다 좀 더 나은 시스템을 갖췄을 뿐 여전히 여성들의 부담은 남성들에 비해 크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 정부가 처음 시행한 정책은 결혼 장려와 출산 장려책이었다. 지자체가 나서서 맞선을 주선하였으며,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였다. 이것이 먹히지 않자 다음에는 양육비라는 보너스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다만 출산율이라는 숫자만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아이를 가져 10달 동안 뱃속에 품어야 하고, 아기가 태어나 혼자 학교에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 세심하게 돌보아 주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직업을 가진 여성이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를 돌보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아직까지 우리는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여긴다. 경제력이 된다면, 입주 도우미를 들이거나 아이 돌보미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친정이나 시댁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우리 딸, 직장생활 할 수 있도록 내가 저 불쌍한 아기를 거두어야지.' 이렇게 친정엄마가 나서거나 '우리 아들 벌이로는 어림도 없지. 며느리의 저 좋은 직장을 아기 때문에 포기해선 안 돼.'하며 시어머니가 마지못해 아기를 맡아주지 않는다면, 아기가 클 때까지 여성은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아비샤이 마갈릿 교수는 그의 저서 '품위 있는 사회'에서 '품위 있는 사회(The decent society)'란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으며, 제도를 통해 그 권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라고 하였다. 장애인을 위한 직업체계와 보행시스템을 갖춘다면 '품위 있는 사회'이지만, 장애인이 직업을 갖거나 외출을 하는 일이 누군가의 '선행'에 의지해야 한다면 그 곳은 '모욕사회'라는 것이다.  

직장 여성이 정당하게 출산 휴가를 받아 아기를 돌보다가 안전하고 적정한 수준의 영유아 보육시설에 아기를 맡기고 출근할 수 있다면 이는 '품위 있는 사회'이다. 그러나 아기 맡길 곳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이를 불쌍하게 여긴 누군가가 자신을 희생하여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면, 이는 '모욕적인 사회'이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2명. OECD는 한국이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만으로 출산율을 0.4명 늘릴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적합한 영유아 보육시설을 곳곳에 지어 일하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기를 맡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출산율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가 여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품위 있는 사회, 품위 있는 수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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