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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에서 출발한 정조의 시대정신
최형국/문학박사, 무예24기연구소장
2012-04-13 13:51:42최종 업데이트 : 2012-04-13 13:51:4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조선의 22대 국왕인 정조는 재위기간 동안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쉼 없는 개혁 작업을 진행하여 조선을 명실상부한 부국강병의 길로 다져왔다. 정조가 즉위 초반 발표한 경장대고(更張大告)의 핵심인 민산(民産), 인재(人材), 융정(戎政), 재용(財用)의 4대 개혁과제는 정조의 정치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바로 백성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민산), 능력 있는 인재를 키워 나라를 살찌우고(인재), 군사제도를 강화하여 국방력을 키우고(융정), 재물의 씀씀이를 잘 다져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한다(재용)는 것이다.     

특히 이 4대 개혁과제 중 융정 즉, 군사에 관한 부분은 이들 개혁 작업 중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였다. 이미 정조시대 관련 TV드라마나 각종 서적들을 통해 정조의 가슴 아픈 과거와 당대 상황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생부인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고, 온갖 고생 끝에 왕위에 올랐으나 끊임없이 자객을 비롯한 반대파 정적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국왕이 정조였다. 이런 상황을 가장 쉽게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군사제도의 개혁을 통한 군권의 완전한 장악이었다. 

정조의 군사개혁 작업의 시작은 법제정비 사업인 <대전통편(大典通編)>의 편찬을 통해 가시화된다. 혹자는 법률정비가 무슨 개혁 작업으로 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의 헌법과 같은 법제의 정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개혁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 초기 만들어진 <경국대전(經國大典)>이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유지되다가 영조대에 <속대전(續大典)>으로 보완되었고,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은 정조대에 <대전통편>으로 통합 간행된 것은 개혁의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정조의 치밀한 구상이 담겨있다.

특히 이전의 법전과 <대전통편>의 가장 큰 변화는 육전(六典) 중 병전(兵典)이다. 이전의 법제 정비 사업이 주로 백성들과 관리들을 통제하기 위한 형벌을 담아 놓은 형전(刑典)이었던 반면 병전을 중심으로 법제를 정비한 것은 정조의 군사개혁이 이를 통해 출발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조는 이 수정된 법전의 이름에 '통(通)'이라는 글자를 과감히 집어넣는다. 조선시대에 '통'의 의미는 보통 과거시험 점수 중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서로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상태라 하여 최고의 등급이었다. 쉽게 요즘말로 하면 100점이다. 바로 정조는 군사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조선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통시켜 정말 새로운 조선을 건설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조의 '통'에 관한 군사개혁 의지는 곧바로 군사들이 진법훈련을 할 때 활용한 병서인 <병학통(兵學通)>의 이름을 직접 내려주기도 하였고, 현재 수원 화성의 최고 문화컨텐츠로 불리는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 수련시 늘 옆에 끼고 읽었던 무예24기가 담긴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도 '통'이라는 글자를 집어넣도록 했던 것이다. 

'통'한다는 것, 그것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조화로움이다. 군사들이 전투시에도 어떠한 흔들림 없이 조화롭게 대열을 유지하고 진법을 펼치고, 각종 무기를 활용한 무예들이 서로 조화롭게 전투에 활용될 때 그 전투는 승리하게 되고 나아가 국방은 더욱 튼튼하게 되어 국왕과 백성이 모두 조화로운 '조선'이라는 국가가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이라는 글자를 중심으로 앞서 언급한 경장대고의 4대 개혁을 풀어보면, 백성의 삶의 질을 통하게 하고, 좋은 인재를 사회발전에 통하게 하고, 튼튼한 국방력으로 통하게 하며, 풍요로운 재정 상태로 통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조가 꿈꾼 18세기 조선의 비전창출이었다. 

"당신은 지금 '통'하셨습니까?"
정조가 꿈꾼 부국 강건한 국가 '조선'의 꿈은 이미 2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통'이라는 글자로 우리에게 지금 이야기 하고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오래된 미래처럼 정조가 추구했던 '통'의 정신은 결코 빛바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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