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하나로마트 입구에 걸려있던 '당일배송 야채 과일'이란 현수막은 과연 야채란 단어 선택이 적합한가를 되짚게 하였다. 물론 들판에서 캐온 것이라면 야채(野菜)란 용어를 사용함직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일본에서는 야채, 중국에서는 소채(蔬菜), 북한은 남새란 용어를 사용하고 우리는 채소(菜蔬)라 쓰기를 권하고 있다. '채소'가 기가 막혀_1 한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05년 전문용어 표준화사업에서 <vegetable>은 채소와 남새 두 가지로 표준화했다. 남새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사용하고, 북한에서는 이 단어만을 사용한다. 순수한 우리말로 나물과 푸성귀라는 말도 있지만 현대판 채소라는 의미에는 미치지 못해서 채소 또는 남새로 표준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SBS 취재파일에서는 아예 채소라는 단어로는 야채가 가진 뜻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셈이니 '쓰메키리'가 아니라 '손톱깎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비웃는다. 어느 단어가 더 기본적인 단어인지 의미조차도 모른 채, 국립국어원의 단어 뜻풀이조차 왜곡하고 있다. '들에서 나는 나물'만을 이용한다면 야채비빔밥이 정확하다. 그러나 밭에서 나는 채소를 이용하면 채소비빔밥이다. 하지만 채소가 더 기본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둘 다 채소비빔밥이라고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채소, 야채란 용어는 예전에도 구분하여 사용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태종은 채전(菜田)을 각처에 나누어 붙여 채소(菜蔬)를 각 궁중에 올리도록 하고(1417) 비록 쌀이 묵어 썩더라도 소채(蔬菜)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하였다(1413). 고종 25년(1888)에 체결한 러시아와 육로통상장정에 채소(菜蔬) 등 식물류가 육로로 조선에 들여오고 내갈 때에는 모두 세금을 면제한다 라는 조항이 있다. 채전(밭) 작물인 채소와 소채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다. 또한 세종은 산나물(山菜)은 3월 초하루부터 4월 보름까지 경기도 각 고을에서 진상토록 하였으며(1430), 병들어 온천에 가기로 결정한 후 충청감사에게 비록 산나물(山蔬)이든 들나물(野菜)이든 쉽게 구할 물건일지라도 올리지 말게 하라 하였다(1443). 정조 38년(1793) 홍대협은 당장 먹을거리가 없는 백성들이 들나물(野菜)과 조개 따위로 연명하고 있다고 하였다. 산나물(山菜, 山蔬)과 들나물(野菜)을 구분하였다. 문제는 동네 마트, 일부 사람들이 채소 대신 야채라는 말을 마구 사용한다는 점이다. 김치 담그는 무나 배추만 채소이고 상추, 쑥갓, 당근, 토마토, 서양채소 등 엽채류, 근채류, 과채류, 양채류 등은 모두 야채인 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서적 또는 그 번역도서에 야채로 표기한 때문인지, 은연중 야채가 채소보다 더 세련되고 시대흐름에 앞서 가는 말이라도 되는 듯 쓴다. 더구나 재일 한국인 계열의 유명회사 과자 브랜드명, 유명 식품회사 만두 브랜드명 등 그리고 일본을 다녀왔다는 요리전문가, 작가 등은 TV방송에서 야채란 용어를 남발한다. 다행스럽게도 EBS, KBS 등 일부 TV방송에서는 출연자의 잘못된 용어선택을 시정, 자막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왈가왈부 할 것 없이 정확한 의미를 알고 단어선택을 하자. 특히 TV방송 등 언론매체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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