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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책자 ‘지동 마을이야기’
윤수천/동화작가
2013-03-25 08:12:00최종 업데이트 : 2013-03-25 08:12:0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지동에 산 지 어언 40년이 가까워온다. 내가 생각해도 참 오래 살았다. 그 새에 몇 걸음 사이를 두고 이사를 한 번 했을 뿐 나는 직장을 따라 수원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이래 지동을 떠나 산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종종 아직도 지동에 사냐느니, 언제쯤 지동을 뜰 거냐니 하는 인사를 받곤 한다. 남들로부터 그런 인사 아닌 인사를 받을 때면 나는 달리 대답할 말이 궁해 그냥 웃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내가 내게 물을 때가 있다. 뭐가 그리 지동을 떠나 살지 못하게 하는가?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그냥 지동이 좋다는 대답이 나온다. 창문 하나만 열어도 훤히 성곽이 보이는데다가 몇 걸음만 나서면 산책 코스가 그만이고 시내도 가까워서 교통비도 절약할 수가 있다. 여기에다 시골적인 분위기에다 떠들썩하지 않은 것도 지동을 못 뜨게 하는 이유다.

언젠가 둘째 아들의 아파트를 보러 영통에 있는 공인중개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무슨 얘기 끝에 내가 사는 지동 땅값을 물었더니 그 중개사 왈, 수원에서 가장 땅값이 안 나가는 동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내가 사는 지동은 그런 곳이다. 그러나 난 지동이 좋다. 설혹 땅값이 가장 안 나가도 나는 지동을 제일로 치고 싶다. 어디 땅값만 가지고 사람이 사는가? 땅값보다도 더 비싼 게 '마음값' 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지동 마을이야기'란 책자가 세상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이 책자는 바로 내가 사는 지동 마을의 이모저모를 사람 중심으로 엮었다. 그것도 그냥 엮은 게 아니라 일 년 동안 지동을 내집처럼 드나든 필진들이 직접 골목과 시장을 누비며 글을 써서 펴낸 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마을책자 '지동 마을이야기'_1
우리 마을책자 '지동 마을이야기'_1

수십 년 째 한 곳에서 중국 음식점을 하는 수타 자장면 아저씨, 김치봉사 아주머니, 경로당을 지키는 할아버지, 동네 쓰레기 분리에 하루해를 보내는 할머니, 골목을 찾아 벽화를 그리는 화가 아주머니, 기름 냄새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자동차 경정비공장 여사장, 어린이의 가슴에 꿈을 심어주는 동화 할아버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 목사, 저렴한 봉사료에도 행복한 이발사, 발이 부르트도록 동네를 누비는 통장 아주머니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동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동의 문화유산, 지동의 땅이름, 지동 시장이야기, 지동 마을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지동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보여주는 책자라 할 수 있다. 

요즘엔 타지 사람들이 우리 지동 마을 벽화를 보러 오기도 하고 사진작가들의 작품 대상이 되기도 해서 조금씩 더 얼굴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해서 언제부턴가 '벽화 마을' 이란 새로운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이 벽화 마을 한쪽 구석엔 문태준 시인의 시도 적혀 있다. 작년 봄에 문 시인이 직접 우리 마을을 찾아와서 벽에다 시를 적어주고 간 것이다. 

너도 나도 
더는 갈 곳 없어
더는 갈 곳 없어
서로에게
받친 돌처럼 앉아서

골목을 아름답게 치장한 벽화에 이어 시 골목과 동화 골목을 만든다는 새로운 소식도 들린다. 골목을 문학의 향기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마을은 벽화와 시와 동화의 마을로 더욱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지 않을까 싶다. 

수원에서도 땅값이 가장 안 나간다는 우리 마을 지동. 그러나 난 내가 사는 지동이 좋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더더욱 좋다. 외국의 관광객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창룡문과 연무대가 바로 코앞이고, 정조대왕의 혼이 서린 화성행궁과 수원화성을 알려주는 화성박물관도 몇 걸음이면 족하다. 남들은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야만 찾을 수 있는 곳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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