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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어머니다
윤수천/동화작가
2013-04-21 08:39:12최종 업데이트 : 2013-04-21 08:39:1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한동안 소식이 없던 문우한테서 편지가 왔다. 하도 반가워 발신지부터 살폈다. 헌데 서울이 아닌 충청북도 산골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요즘 들어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던 참이어서 '이 친구도?' 하며 봉투를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맞아떨어졌다.

2년 전에 시골행을 결행했고 이젠 어느 정도 기반도 잡았다면서 시골에 대한 찬사를 에세이 쓰듯 펼쳐 놓았다. 
무엇보다도 서울서만 살아서 평소엔 시골이라면 질색을 하던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왜 좀 더 일찍 결행을 못했나 하는 후회까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자연을 등받이삼아 좋은 글이나 쓰겠다는 속셈을 내비쳤다. 그의 정감 넘치는 수필이 자연의 맑은 공기와 풍광을 받아 더욱 찬연해질 것을 생각하니 나 또한 기쁘기 그지 없었다.

 자연은 어머니다 _1
자연은 어머니다 _1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의 흐름을 'ㄹ' 자에 비유해 말한 바 있다. 즉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하던 삶이 일단 굽을 목에 다다르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원위치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자연보호를 들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아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삶이 시작된 이래 그 역사는 자연과의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연 정복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자연을 정복한 대가로 문명을 얻은 반면에 삶의 밑바탕인 환경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해서 이제는 생명을 준 자연에 대해 되레 걱정을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나온 게 삶의 진행방향을 돌리자는 운동이다. 자연 정복에서 자연 친화로, 자연 개발에서 자연 보호로.  

재미난 일화가 있다. 백인들이 신대륙에 건너가 원주민을 몰아내고 한창 개발에 정신없을 때의 일이다. 그곳 원주민인 인디언 추장이 백인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가 당신들을 싫어하는 것은 당신들의 피부가 우리와 다르다거나, 당신들이 갖고 있는 무기가 우수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당신들이 발붙이고 사는 땅에서는 자연이 망가지고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데에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력인가. 현대 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무식쟁이(?) 시골 노인의 이 경고야 말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현대인들에 대한 일대 경고장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제아무리 학력이 높고 지식을 많이 쌓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혜가 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80년대 초라고 기억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한 모임에서 환경 문제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자연과학 계열의 교수 한 분이 언젠가는 각자 산소통과 물통을 짊어지고 다닐 날이 올 거라는 말을 해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그 교수의 말은 몇 해가 안 되어 현실로 나타났으니 슈퍼에서 파는 생수가 그 본보기였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그 교수의 말대로 산소통을 짊어지고 다니지 말란 법도 없다. 

물통에다가 산소통을 짊어진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슬픈가. 
제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화려한 광휘를 뽐낸다 해도 이런 꼴로 산다면 그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골에 와서 나는 풀 한 포기가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네. 그 이름도 없는 풀들이 모여 들을 풍요롭게 하고 벌레와 새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면서 말일세. 어디 풀뿐인가. 냇물 한 줄기가 물고기들에겐 생명수이면서 자연의 음악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네. 이것뿐이 아니지. 저녁마다 세상을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우리네 생애도 저렇게 장엄하고 아름다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다 했다네.' 

그의 편지를 읽으며 난 새삼 자연은 어머니란 생각을 했다.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 준 저 고마운 어머니, 자연에게 더 이상 불효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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