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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 가장 싫어한 사람은 누구?
최형국/역사학박사, 무예24기연구소장
2013-12-01 11:31:25최종 업데이트 : 2013-12-01 11:31:2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가을이 외마디 비명처럼 붉고 노란 낙엽만 남기고 떠났다. 오직 거기에는 쓸쓸한 삭풍만 감돈다. 겨울이다. 언 손발 비비며 따스했던 여름날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그런 계절이다. 이계절에 가장 추운 사람들은 역시 군대에 있는 군인들일 것이다. 

혹자는 군대에서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고, 아무리 입어도 추운 곳이 군대라고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 하곤 한다. 아마도 정든 고향,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새로운 일상을 살아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이런 군대의 모습은 비단 요즘뿐만 아니라, 전통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조선시대에도 요즘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성인이 된 남자들은 군역이라고해서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군사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지휘관급인 장교들 역시 부방(赴防)이라고 해서 살을 에는 북만주 벌판 찬바람이 몰아치는 두만강과 압록강 지역에 오지파견 근무를 해야만 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군복의 성능이었다. 

갑옷 속에 두터운 솜을 넣어 누빈 군복은 당시 최고의 방한복으로 군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인기가 높았으니 당연히 품귀현상이 발생하였다. 보통 조선시대 군복은 입대하는 본인이 직접 자신의 몸에 맞은 옷을 맞춰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방한복이나 비옷과 같은 특수복은 국가에서 일정정도 수량을 맞춰 군사들에게 보급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 보급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때도 그렇게 남의 따스함을 빼앗아 제 몸의 안락함에 채우려는 못된 사람들이 있었다. 방한복의 경우는 올해 새로 수확한 목화를 틀어 솜을 만들어 사용해야 가장 따뜻한데, 몇 년이 지나 서로 엉겨 붙은 솜을 사용해서 방한효과가 떨어지는 옷이 군사들에게 지급되기도 한 것이다. 

그 군복의 수량만 해도 수만벌에 해당하니 사용하는 솜의 중량이나 질에 따라 원가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요즘도 이불집에 가면 '솜 틈니다'라는 광고문구를 심심치 않게 보듯이, 오래된 솜은 보온력이 떨어지기에 아예 햇솜으로 바꾸던가 아니면 일일이 솜을 해체해서 원형으로 복구한 후 이불속에 넣는 것이다. 

정조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역사기록을 보면, 정조는 성군다운 면모를 보인 군주로 기억된다. 그런데 정조가 소위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로 과격하게 변한 경우도 가끔 보이는데, 이런 비리사건을 접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정조는 방한복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자 격노하면서, 그해 보급된 군복을 수거하여 하나씩 뜯어보며 직접 눈으로 이를 확인까지 하였다. 이후 비리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엄벌을 내리는 한편 이듬해부터는 방한복의 솜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직접 검수 작업을 펼치기도 하였다. 

정조대왕이 가장 싫어한 사람은 누구?_1
화성에 새겨진 사람들의 이름. 화성을 쌓을 때 공사비리를 근절하기 위하여 해당 구간의 공사 감독관과 석수 등의 이름을 성벽에 새겨 놓았다. 만약 성곽이 완공된 후 부실공사로 무너지는 등의 오점이 생기면 그에 따른 책임을 엄하게 묻기 위해서였다. 공사실명제를 통하여 화성은 더욱 견고해졌다.

방한복은 단순한 군사들의 옷이 아니었다. 바로 조선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사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모습에서 정조의 꼼꼼함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도 국방관련 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기에 가끔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곤 한다. 
그러나 그 뒤의 처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몇 년 후에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부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에는 비리의 그림자가 더는 드리우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먹을 것, 입을 것 가지고 장난하지 마시라. 그것으로 한 생명이 아니 한 국가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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