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숯불 위에 두툼한 고기가 맛있는 냄새로 미각을 자극하고 새빨갛게 양념한 황태도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그 뿐이랴. 직접 캔 더덕을 먹음직스럽게 버무려 소담하게 담아내고, 쌀쌀한 날씨에 잊을 수 없는 따끈한 어묵 역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이 즐거워 한 잔, 그 냄새에 끌려 또 한 잔, 맛에 취하고 흥겨움에 취하는 이곳은 바로 지동 먹거리 축제. 사진/김해자 시민기자 제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풍악소리가 떠들썩했다. 허기를 채우러 자리를 찾는 사람들과 간간히 보이는 호기심 어린 외국인들의 표정에는 그 흥겨움이 가득했다. '온정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지동'이라는 슬로건만큼이나 평소 잘 먹지 않았던 돼지껍데기, 메추리 등의 메뉴도 눈에 들어왔고, 어린 시절 추억에만 남아있던 큰 붕어 모양 엿도 전통시장의 맛을 한껏 더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가 해외여행을 할 때 고집하는 것이 있다면, 여행 책자에 소개되지 않은 전통시장을 찾는 일이다. 오밀조밀한 액세서리와 옷들,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과 그리고 사람. 관광객만 가득한 여행지가 아닌 전통시장에서 느껴지는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봐야 여행의 여운이 오래가는 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한국에선 전통시장을 찾은 적이 거의 없다. 대형마트의 편리함에 길들어져 진짜 '시장'이 뭔지 잊고 살았던 것. 설이나 추석 때마다 재래시장이 썰렁해지고 있다는 쓸쓸한 뉴스에 한 몫을 한 셈이다. '한국의 세계화'를 넘어선 '지역의 세계화'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이미 지동에 있는 3개 전통시장은 순대와 족발 등 전통 먹거리로 전국 전통시장 중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재래시장의 매력은 비단 맛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사람들의 흥겨움이 진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정책이 펼쳐지지만, 이미지 개선에 가장 확실한 것은 이러한 축제를 통해 직접 시장의 참맛을 느껴보고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얼큰하게 취해 돌아가는 길 내내 필자를 훈훈하게 만든 건, 포만감과 얼큰한 취기뿐 아니라 그간 잊고 살았던 진짜 사람 사는 온정에 있었기에. 2011년 10월 8일, 지동 눈자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