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와서 가장 착하게 살다 간 시인으로 꼽히는 천상병 선생은 그의 천진난민한 시만큼이나 어린애 같은 행동으로 곧잘 장안의 화제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남들은 막걸리를 술로 마시지만 자기는 밥으로 먹는다는 시인, 천상병. 가난 속에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린 적이 없이 행복타령만 한 시인 천상병. 험한 세월을 만나 모진 고생을 했으면서도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했던 시인 천상병. 거짓없는 깨끗한 말에 대하여_1 말은 진실이 담길 때 비로소 '빛나는' 언어가 될 수가 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은 한낱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겉과 속이 다른 말, 바로 그것이다. 원래 말이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생겨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음의 표현인 셈이다. 아미엘은 '말에 의해 표현된 진리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강한 힘이다' 라고 말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청각장애자들의 언어는 말이 아니라 손이다.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한다. 이를 수화라고 하는데 이들이 수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진리가 있다. 바로 대화는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다. 그들은 손동작 하나에 온 신경을 모아 언어를 생산해 낸다. 어디 신경뿐인가? 눈빛은 더더욱 대화의 진실성을 말해 준다. 여기에 비해 정상인인 우리들의 대화하는 모습은 불성실할 때가 많다. 건성으로 듣거나 건성으로 말한다. 입만 가지고 하는 대화는 반쪽짜리 대화이다. 눈빛도 함께 했을 때 비로소 그 대화는 완전한 것이 되고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비정상인들이 보여주는 대화의 모습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완전한 이들보다 모자라는 이들이 오히려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무의미한 것들에 의미를 달아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 한없이 맑고 투명한 가을, 누구나 가지고 있고 줄 수 있는 말 선물만은 거짓이 섞이지 않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준비하고 알뜰히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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