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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 그리워 한 이순신 장군
최형국/역사학 박사,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
2013-03-29 14:54:49최종 업데이트 : 2013-03-29 14:54:4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해마다 4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1545년 4월 28일을 생일로 가진 사람,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초대형 전쟁을 치르면서 조선은 말 그대로 바닥까지 떨어져야만 했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고, 근 200년 가까이 소위 평화의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1592년의 4월은 실로 처참한 봄맞이였다. 그 해 꽃잎은 조선 군사들이 흘린 피로 더욱 붉고, 조선 백성들의 한이 담겨 취하도록 향기로웠을 게다. 

그때 모두가 고통에 신음하며 조선이라는 국가에 대한 원망어린 눈빛을 만들어 갈 때, 남해바다를 오롯이 지켜내며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조선 백성들에게 심어준 사람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한 장수가 단독으로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헐벗은 백성들과 연전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조선 군사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소위 '영웅 만들기'라는 시대조류에 맞춰 영웅사관의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공부를 하면할수록 느껴지는 진실 된 마음의 연장이기에 해마다 4월이면 '이순신 앓이'를 하는 사람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순신 앓이'를 가장 극심하게 보여준 사람이 바로 국왕 정조였다.  아비는 뒤주에 갇혀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역적으로 몰려죽고, 10년이 넘는 와신상담의 모진 세월을 견디며 왕위에 올랐지만 낮에는 역적의 웃음소리와 밤에는 자객의 발자국 소리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던 조선의 스물두 번째 국왕 정조.

그런 정조에게 이순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깊은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20대의 청춘을 불살라가며 자신을 온 몸으로 감싸주었던 홍국영(洪國榮)을 충신이라 믿고, 군권과 정권의 모든 것을 위임하려 했던 것이다. 
궁궐 숙위대장 겸 훈련대장 겸 금위대장 겸 승정원 도승지 홍국영, 맡은 직책이 요즘으로 치면 장관급인 대통령 실장, 그리고 수도방위사령관급 이상 4성 장군의 역할을 한꺼번에 그에게 준 것이다. 바로 정조는 홍국영에게 이순신과 같은 참된 충성을 바라며, 권력의 핵심을 거리낌 없이 그의 두 손에 쥐어 주었다. 

허나 실수였다. 참으로 엄청난 실수였다. 정조가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홍국영, 그가 철저하게 썩어가며 반역의 씨앗을 키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홍국영은 정조의 마음속에서 지워야할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홍국영을 저 멀리 떠나보내고, 정조는 다시금 회한을 삼키며 이순신 정신 부활을 부르짖었다. 

진정 정조는 이순신과 같은 참된 신하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을 천고 이래의 충신이요, 명장이며 중국의 제갈공명과 겨룬다 해도 손색이 없다고 호언장담한 정조! 그리하여 자신의 친위부대이자 수원 화성방어의 주력군인 장용영의 초대 대장을 이순신의 직계후손인 덕수이씨 이한풍(李漢豊)으로 낙점한 것은 그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조대왕이 그리워 한 이순신 장군_1
정조대왕이 그리워 한 이순신 장군_1

그리고 수원 화성을 건설하기 위해 다산 정약용과 쉼 없는 토론을 진행하였던 1793년에는 이순신을 영의정으로 추증하였다. 
이후, 화성건설의 관문이었던 장안문의 공사가 완료된 1795년에는 정조대 싱크탱크 역할을 한 규장각에서 이순신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3년 동안 집대성해서 '충무공 이순신전서(忠武公 李舜臣全書)'를 간행하기에 이른다. 
이다지도 뼈에 사무치도록 '이순신 앓이'를 하였던 정조의 진실된 마음은 수원 화성을 지킬 수 있는 장수, 나아가 조선이라는 국가를 당당하게 지킬 수 있는 인물로 이순신과 같은 충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꿈에서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해마다 4월이면 수원 화성에는 팔달산을 수놓는 진달래꽃 향기처럼, 이순신을 그리워하는 정조의 마음이 은은하게도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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