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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더 빛나는 수원
정수자/시인
2010-10-11 10:56:33최종 업데이트 : 2010-10-11 10:56:3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
요즘 해피수원뉴스를 열 때마다 흐뭇하다. 예쁘게 새 단장한 한글이 맞아주기 때문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듯 아담하고 조신한 느낌이 참 좋다. 따뜻이 손을 내밀 것 같은 반가움도 물씬 풍긴다. '휴먼시티'라는 영어 문구가 좀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몇 년 전부터 도시마다 구호를 걸고 있다. 구호로 자기 도시의 지향을 분명히 하면서 다른 도시와의 변별성도 높이는 것이겠다. 그런데 자부심은커녕 시민에게 자괴감을 주는 구호도 더러 있다. 특히 영어를 한글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쓴 도시들은 비판의 표적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도시인가, 영어 구호가 주는 불편함 때문이다. 그런 판에 수원의 새 한글 구호가 반갑지 않겠는가.

물론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글로벌시대에 더 힘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그런 현실을 도외시한 무조건적인 국수주의 비판도 사양이다. 영어 의존도가 일상의 한국어를 위협하는 상황에 도시의 구호에도 영어 표기가 넘치니 문제인 것이다. 토씨만 빼고 다 영어로 쓰는 지경이 되어 가는 상황을 지자체가 거들면 곤란하지 않은가. 게다가 지구 도처에서 사라지는 문자가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면, 사용 인구 세계 13위라는 한글 위상도 불안한 처지니 말이다.  

영어 범람 특히 지식인의 영어 남발은 한문만 높이 치던 조선시대를 환기한다. 다 알다시피 조선시대의 공식 문자는 한자였다. 한글은 언문이니 암글이니 하면서 아녀자들이나 쓰는 천한 글자로 괄시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 시절에 왕들이 과연 한글을 썼을까. 썼다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한글 어필을 볼 수 있었다. 수가 적지만 글씨체가 다 다르고 예쁘다. 예술가라는 별호답게 선조는 현대적 멋이 우러나는 목판체 같은 한글을 보여주고, 숙종은 따스하게 느껴지는 약한 흘림체의 한글을 보여준다. 

한글날에 보는 붓글씨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운다. 한글의 자태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심성도 들여다보게 한다. 한글 어필이 한자로 대하던 왕의 권위와는 또 다른 인간적 체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딸이나 동생 같은 집안사람에게 보낼 때 이용한 사적인 글이니 표현 자체가 다른 것은 당연하겠다. 하지만 마음이나 감정의 세세한 표현에는 한글이 더 적합했던 것이고, 그만큼 우리 성정에 잘 맞는 글자가 한글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글의 창제. 기념일은 일회성 행사일 뿐, 책이나 거리나 방송이나 할 것 없이 영어 천국이 되어 가는 이상한 현상을 거스르기는 갈수록 어렵다. 특히 작명의 부가가치가 엄청난 상표들은 거의 다 영어 아니면 이상한 조어들이다. 더 세련되고 경제적으로 있어 보이는 이름을 찾느라 국적 불명의 조어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어쩌다 한글 이름이나 한글 디자인이 나오지만 그런 예는 아주 드물고 귀하다. 오죽하면 영어 빼고 한글로만 제대로 말하고 쓰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할까. 

그런 중에 'NAVER'가 '네이버'로, 'DAUM'이 '다음'으로 바꾸어 눈길을 끌었다(최대 포털사이트의 한글 전환이 고무적인데 며칠 후 본래 표기로 돌아감). 간혹 한글 간판이나 한글 상표들도 안아주고 싶을 만큼 반갑다. 그래서 당연한 말을 쓰고 싶다. 수원의 한글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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