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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와 이미지
정수자/시인
2010-06-18 09:50:46최종 업데이트 : 2010-06-18 09:50:4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이미지는 마사지다?" 언뜻 보면 말장난 같다. "미디어는 메시지다"에서 "미디어는 마사지다"로 나간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말을 살짝 비튼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변용의 폭이 넓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현이다. 

이미지가 마사지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미지가 우리의 의식을 잠재우고 감각만 깨운다는 점에서 마사지라는 것일까. 물론 이미지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효과적인 표현이자 수단이다. 그런데 갈수록 이미지들이 우리의 모든 촉각에 대고 마사지를 퍼붓는 느낌이다. 눈만 뜨면 쏟아지는 이미지의 폭우 속에서 사는 격이다.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한 시대다. 우리 자신도 어떻게 보이는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 어쩌면 이미지 때문에 옷도 더 골라 입고, 언행도 더 조심하고, 일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됨됨이나 역할을 떠나 거의 모든 존재가 자기 이미지의 관리 혹은 제고에 힘을 쏟는 것이다. 이미지가 자기를 조정하는 더 큰 존재가 되어버린 형국이랄까. 그렇다 보니 우리가 꿈꾸는 이미지를 위해 복무하는 듯한 생각마저 든다. 

도시의 이미지 경쟁도 당연히 세어졌다. 기존의 이미지에서 더 새롭고 더 매력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느라 도시마다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는 도시의 고유 브랜드 창출과 맞물리며 다양한 전략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각 도시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 즉 표어라 하겠다. 특히 지방자치 실시 후부터 좋은 이미지를 선점하려고 자기 표어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 표어들이 그다지 독창적이지 못하다. 도시의 이미지 제고며 브랜드 가치 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도시의 참 개성을 살린 표어가 적고 내용도 중복되는 게 많은 것이다. 최근의 어느 자료에 의하면, 많은 도시의 표어에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는 데다 영문 표현이 많은 특징을 보여준다(광역시 16, 기초시 77, 총 93곳의 슬로건 분석). 

그 중 빈도 높은 핵심어를 보면 행복(5회), Dream, 시민(3회), 바다, Happy, Yes, You, 변화(2회) 등이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말들이라 많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행복을 앞세우면 그 말을 쓰는 도시의 개성적인 색깔이나 변별성을 살리기가 어렵다. 짧은 말에 이미지를 압축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개성적인 표어를 찾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영문 표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매일 접하는 영어 상표만도 기가 막히는데, 한 도시의 표어까지 영어로 뒤덮는 것은 너무 심하다. 영어만 쓰면 다같이 신분 상승이라도 하는 기분인지, 참 어이없는 현실이다. 특히 도시는 그 곳에 사는 남녀노소 누구나 알 수 있는 표현을 표어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도시의 시민들이 꿈꾸는 장기적인 지향과 가치를 담아야 할 것이다.  

곧 위정자가 바뀐다. 그러면 이것저것 바꾸다가 표어까지 새로 쓰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런 시정은 세금의 낭비다. 곳곳에 새겨놓은 심지어는 길에까지 깔아 놓은 그 많은 표어들을 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교체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세금을 쏟아 부을 것인가. 그렇다고 이전 것들을 계속 쓰기는 석연치 않을 테니 걱정이 앞선다. 

그런 점에서도 오래 쓸 표어를 고민해야 한다. 또 오래 쓰도록 하는 방법도 그렇다. 공모 같은 시민의 참여도 고려할 만하다. 함께 만든 좋은 표어가 우리 시에 대한 자긍을 더 높여줄 것이다. 우리 시의 한 상징으로 더불어 역사를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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