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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새로운 문화마당
정수자/시인
2010-11-02 10:09:14최종 업데이트 : 2010-11-02 10:09:1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광장,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열린' 느낌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노닐고, 외치는 시끌벅적한 곳. 규모도 전통적 마당보다 크고 넓은 것은 물론 사방이 툭 터진 이미지다. 그런 특성들이 광장을 민주주의며 토론의 발전을 견인한 공간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광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게 아니었다. 광장이 확실히 떠오른 것은 최인훈의 소설부터인 듯싶다. 소설 '광장'은 그 존재를 새롭게 일깨웠지만, 당시 최인훈이 인식한 광장은 진정한 광장이 아니었다. 1960년대 정치의 광장은 '탐욕과 배신과 살인이 광장'이고, 경제의 광장은 '사기의 안개 속에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루운이 떠'돌고, 문화의 광장도 '헛소리의 꽃이 만발'하는 곳일 뿐. 온갖 부정과 비리가 뒤엉킨 밀실의 확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혐의는 지금도 남아 있겠지만, 이즈음의 광장은 분명 변하고 있다. 

우리 시에도 광장이 생겼다. 삼년 전 행궁 앞에 새롭게 자리한 행궁광장, 많은 가꿈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런데 광장이 너무 넓다는 지적이 더러 들린다. 행궁을 위축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광장보다 적당한 정도의 마당이 좋을 것이라고도 한다. 물론 행사가 없을 때는 드넓은 광장이 행궁을 작게 만드는 점이 있다. '광장'보다 '마당'이 우리의 전통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다. 판소리처럼, 많은 놀이판을 마당에서 펼치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행궁광장은 시민의 문화마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사용 횟수만 봐도 10월말까지 19회에, 아직 2회가 더 있다니 다양한 판이 그곳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능행차, 화성문화제, 녹색나눔장터, 도서관축제, 평생학습축제 등 큰 행사에 한한 숫자고, 야간에 시시때때로 열리는 동호인 모임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인라인, 자전거, 태권도 같은 작은 규모의 모임이 끊임없이 광장을 채우며 즐기는 것이다.  

그런 광장을 보자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펴면 커지고 접으면 작아지는 보자기 같은 효용이야말로 광장의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광장은 판을 펼치면 역동적인 놀이터지만, 판을 거두는 즉시 조용한 빈터로 남는다. 문화마당으로서의 광장도 더할 나위 없지만, 햇볕과 달빛과 별빛과 바람을 고요히 담아내는 빈터로도 더없이 좋다. 빌딩으로 꽉 찬 도심에 고적한 빈터 하나쯤 두는 게 아름답지 아니한가.

빈터는 본래 겸손한 곳이다. 흙만 있다면 아무 풀씨나 꽃씨나 날아와 터 잡고 살림하기 좋은 곳이다. 상하좌우가 없으니 정조의 위민정신과도 어울리는 평등한 터다. 그런 빈터를 무엇으로 채우든 그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거기서 무엇을 하고 놀든 그것은 수원의 문화적 자양이요, 미래 문화의 한 주축이 될 것이다. 행궁광장은 그렇게 수원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며 진화해갈 것이다. 

광장의 문화 예술적 진화, 그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늘 창의적인 판을 모색하는 동시에 동참과 향유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마당을 크게 펴놨으니 멍석 잘 깔고 잘 놀아야 하리라. 지속적으로 펼치는 멋진 판이 광장의 진정한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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