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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사내들의 로망, 보검(寶劍) 보려면 수원화성박물관으로
김우영 언론인
2023-07-15 20:39:45최종 업데이트 : 2023-07-15 20:38:57 작성자 :   e수원뉴스

사내들의 로망, 보검 보려면 수원화성박물관으로

 

전에 쓴 칼럼에서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설렁설렁하나마 십몇 년 동안 무예24기를 배웠다.

 

처음 무예24기를 접한 것은 2001년인가 수원화성 동장대 활터에서 경기문화재단과 수원시 지원으로 열린 무예24기 행사 때였다.

 

놀라웠다. 말을 타고 달리며 편곤(鞭棍)을 휘두르고, 창과 월도를 내지르는 모습에 흥분했다. 적들이라면 그 위용에 혼비백산 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도망가기 바빴을 것이다.

 


지상무예도 가슴을 뛰게 했다. 권법과 본국검, 제독검, 조선세법 등이 펼쳐질 때마다 피가 끓어올랐다. '기회가 되면 내 저 검법을 배우고 말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중국영화에서 본 낭창낭창한 칼과 창을 쓰면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서커스 같은 무예와는 격이 달랐다. 베기나 찌르기, 타격 등 한 동작 한 동작 모두가 적에게 치명적인 실전 무예였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경기문화재단에서 무예24기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 중간에 무예24기 수련자들의 본국검 시범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지금의 내 나이쯤 된 듯싶은 백발의 시연자에게 사회자가 질문했다.

 

"왜 무예24기를 배우게 됐습니까?"

 

'민족의 정신' '전통 계승' 등 이런 답변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분의 대답은 단순했다.

 

"멋있잖아요."

 

사실 누가 지금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해도 이보다 더 나은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진검을 잡고 검술을 펼치거나 집단, 대나무를 베어 넘기는 것은 대부분 남자들의 로망이다. 무협영화나 전쟁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예와 병장기에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진검(眞劍)에 대한 동경이 있다.

 

무예24기를 배우기 시작한 지 3년쯤 됐을 때 진검 수련을 시작했다.

 

<사진> 2006년 '야조'에 출연, 진검으로 대나무를 베는 필자(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사진> 2006년 '야조'에 출연, 진검으로 대나무를 베는 필자(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목검을 들고 수련할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검을 제압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물론 지금도 내 몸처럼 사용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나이 든 내 몸도 예전 같지 않으니...

 

그래도 행궁 앞에서 열리는 시범 공연을 볼 때마다 온몸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칼을 들고 저 무리 속에 들어가 한바탕 검술을 펼치면서 대나무도 베어 넘기고 싶은 충동이 솟아난다.

 

좋은 칼을 볼 때도 그렇다. 그래서 수원화성박물관에 갈 때면 상설전시장 문화실에 전시 중인 보검(寶劍)들 앞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수원화성박물관이 독특한 형태의 환도(環刀)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검삼병 흑칠장환도(劍三柄 黑漆裝環刀)'라는 것이다. 화성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검삼병'은 병부(柄部-끝에 달린 손잡이, 자루가 되는 부분)가 칼의 1/3을 차지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환도는 우리나라에 3개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에 구입한 검삼병 흑칠장환도는 조선 후기 무관들이 실전용으로 사용했던 검이란다. 실물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칼날에는 사용한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사진으로만 보아도 서슬이 퍼렇다. 칼날 옆으로 길게 파인 혈조(血漕-칼날 옆에 낸 홈) 때문에 더욱 살벌하다. 의장용으로 멋을 낸 칼이 아니다.

 

<사진> 검삼병 흑칠장환도(사진/수원시 제공)

<사진> 검삼병 흑칠장환도(사진/수원시 제공)

 

수원화성박물관은 2009년 개관한 이후 장용영 등 군사 관련 유물인 무예서와 병장기를 수집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환도를 비롯한 도검류는 20여 점(보검 10여 점)을 모았다.

 

이 가운데 내 눈을 사로잡았던 보검은 '대모백은장옥구보도(玳瑁白銀裝玉具寶刀)'로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명검이다. 전국 국공립박물관 소장의 환도 중에서 최고로 손꼽힌다고 한다.

 

<사진>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 중인 대모백은장옥구보도(사진=수원시 제공)

<사진>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 중인 대모백은장옥구보도(사진=수원시 제공)

 
<사진>수원화성박물관 전시 중인 보검들(사진=수원시 제공)

<사진>수원화성박물관 전시 중인 보검들(사진=수원시 제공)

 

올해는 장용외영(壯勇外營-정조대왕의 친위 군사조직) 창설 230주년을 맞는 해다. 그래서 검삼병 흑칠장환도 구입은 더욱 의의가 있다. 직접 보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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