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공감칼럼] '막돌작가' 한용진 선생의 작품이 일월수목원에 있다
김우영 언론인
2023-07-24 18:39:01최종 업데이트 : 2023-07-24 18:37:39 작성자 :   e수원뉴스

'막돌작가' 한용진 선생의 작품이 일월수목원에 있다


다산연구소는 매주 한편씩 '풀어쓰는 실학이야기' 칼럼을 메일로 보내온다. 이번에는 심경호 고려대 특훈 명예교수의 '열여덟가지 뒤틀림(拗)'이란 글이다.

 

"성호 '사설'에서 이익은 노인으로서 열 여섯가지 뒤틀림(拗)을 언급했다. 송나라 태평노인의 '수중금(袖中錦)'에 이미 열가지를 꼽았다. 낮에 졸다가도 밤이면 잠이 오지 않는 것, 곡할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는 것, 3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눈앞 일은 금세 잊어버리는 것...(중략)...여기에 이익은,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면 조금 보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면 희미한 것, 가까이의 말은 알아듣기 어렵지만 고요한 밤에는 비바람 소리만 들리는 것, 배가 자주 고파도 밥상을 대하면 먹히지 않는 것 등 여섯을 보탰다."

 

어쩌면 내 상태와 이리 비슷한지, 읽으면서 요즘 말로 웃펐다.

 

특히 '3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눈앞 일은 금세 잊어버리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수원시가 보낸 보도자료를 봤다. 지난봄 문을 연 수원 일월수목원에 가면 고 한용진(1934~2019)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 작가는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영미술관 관장인 김이환 선생이 그의 작품 8점을 기증했다.

 

 

지난봄 글을 쓰기 위해 일월수목원을 방문했을 때 한용진 작가의 작품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개장 초기인지라 수목이 아직 제빛을 발하기 전 곳곳에 세워져 있는 막돌작품들은 단연 눈에 띄었다.

 

<사진> 일월수목원에 있는 한용진 작가의 막돌 작품(사진/김우영)

<사진> 일월수목원에 있는 한용진 작가의 막돌 작품(사진/김우영)

   

'어제일은 까먹어도 30년 전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나는 이영미술관에서 이 작품들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김이환 관장은 대단한 작품이라고 엄지를 척 세웠다. 그런데 사실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냥 막돌 몇 개 쌓아 놓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후 몇 번 보게 되니 달라 보였다.

 

금강산 목란각에서 먹었던 평양냉면의 맛과 같았다. 처음엔 밍밍한 듯 별맛을 못 느꼈지만 식사를 끝마칠 때쯤에서야 몰려오는 참맛. 한용진 선생의 막돌 조각작품들이 그랬다.

 

 

그런데 이영미술관이 문을 닫았다. 더 이상 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영미술관이라면 박생광·전혁림·정상화 작가를 생각한다. 물론 이들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특히 민족혼의 화가로서 우리 전통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 박생광 작품의 최대 소장처다.

   

나 역시 박생광 작품의 이끌림으로, 김이환 관장과의 인연으로 자주 다녔다. 그러다가 한용진 작가의 막돌작품을 만난 것이다.

 

 

이영미술관은 한 달 관리비만 2,00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수익은 없는 상황에서 견딜 길이 없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미술관 곳곳에 설치됐던 한용진 작가의 작품들을 2022년 수원시에 기증했다. 시는 이 작품들은 일월수목원 내 숲정원, 초지원 등 주제 정원에 전시했으며 지난 5월 19일 개원 행사에서 김이환 관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다행스럽게도 한용진 작가의 작품들은 자연의 일부인 양 수목원과 어우러져 있다. 그의 작품이 없었으면 허전했을지도 모른다.

 

한용진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오랜 외국 생활 때문이다.

 

그러나 김환기 화백과 함께 19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는 국제적인 작가로 캘리포니아의 레딩시청 조각공원, 덴마크의 헤르닝미술관, 시카고대학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돌은 침묵이다. 아무 말이 없다. 돌은 온갖 시류를 담고 있다. 돌과 함께 유희한다. 잃어버린 자아,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자아를 찾아보려고. 나는 돌에서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

 

2014년 2월호 월간조선에 최지인 작가가 인용한 그의 작품관이다.

 

최 작가는 같은 글 "돌에서 숨소리가 난다. 조각가의 손을 거쳐 간 모든 돌은 저마다 사연이 있어 보인다. 어떤 돌에서는 자식 잃은 어미의 슬픔이 느껴지며, 또 다른 돌에서는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소개했다.

 

 

일월수목원 옆에는 일월저수지가 있다. 백수 시절 낚시를 하러 다녔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호수 옆에있었던 오리탕집에 자주 다녔다. 익숙한 곳이다.

 

거기에 한용진 작가의 작품도 있으니, 앞으로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김우영 언론인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