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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오목천동 그 아파트 주민들은 '명품'
김우영 언론인
2023-07-29 15:49:09최종 업데이트 : 2023-07-29 15:48:52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오목천동 그 아파트 주민들은 '명품'
시를 쓰는 후배 가운데 이종구가 있다. 지난해 첫 번째 시집 '태어난 새는 날아야 한다'라는 냈고 나는 그 책에 해설을 썼다.

 

인생을 참 다양하게 살아온 친구다. 14살에 '타일데모도'로 시작해, 양복점 '시다', 문구점 점원, 탄광노동자, 사찰 수행, 광고기획사 운영, 음료회사 영업사원, 라면대리점 운영, 막걸리대리점 운영, 건설노동자, 통닭집 운영, 드론 지도강사, 대리기사, 택시 운전기사 등.

 

라이더라고도 부르는 오토바이 택배기사도 했다. 아래 시는 아마도 택배기사 시절에 쓴 것으로 보인다.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세제 통에 담가 놓은 걸레들/꽉 짜보면 눈물 나지 않는 걸레가 없다//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바싹 마른걸레도/뼈마디 관절마다 파스 안 붙인 곳이 없다.

 

-'걸레를 빨며' 전문

 

 

'뼈마디 관절마다 파스 안 붙인 곳이 없다'는 것은 택배 기사들의 하소연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지난해 말 '한국의 사회 동향 2022'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택배량이 45% 상승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179%나 넘게 오른 수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택배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하는 일이 늘어났다. 오죽하면 국가적 차원에서 '택배 없는 날'까지 지정했을까.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 속에서도 택배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물폭탄을 뚫고 배달해야 했다.

 

이들의 일과는 오전 7시 택배 물량의 분류 및 하차 작업으로 시작된다. 오전 11~12시에 배송을 시작, 끼니를 거르면서 밤늦게까지 물건을 나른다. 밤 12시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이면 물량은 더 늘어난다.

 

'택배 대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남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투표를 통해 단지 내 보행자 도로에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 진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어린이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지하 주차장을 통해 택배를 배송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주차구역 높이가 2.1m여서 택배사들의 차량으로는 지하를 통한 배송이 불가능했다. 택배 물건을 경비실 앞에 두고 가자 입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분실 신고를 했다고 한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 국제도시 등에서도 이런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사진>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주민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라! (사진/김우영)

<사진>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주민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라! (사진/김우영)

 

그런데 이와 반대로 택배기사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아파트 주민들도 있다.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에서 택배 배달을 하던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가 가슴이 아프다며 쓰러졌다. 68세인 그는 64세인 아내와 함께 이 아파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 심장 수술을 받았고 그사이 아내는 배송 예정이었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서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수술 중입니다. 부득이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병이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주민이 이 내용을 아파트 SNS 단체 채팅방에 알렸고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모금에 나섰다. 원래 100만 원을 목표로 했지만, 이틀 만에 107세대가 참여, 248만 원이 모였다고 한다. 성금은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전달됐다.

 

연합뉴스는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전달받을 때 눈물이 다 났다." "아파트 거주자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선한 분들이 많았다니..."라는 택배기사의 말을 전했다.

 

이 기사에는 이런 반응들이 달렸다.

 

- 진정한 명품 아파트입니다. 다들 복 받으세요

 

- 현직 택배 기사입니다. 따뜻한 소식에 저도 맘이 훈훈하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연의 기사님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직은 아름다운 마음들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빠른 회복을 기도합니다.

 

권선구 오목천동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진정한 명품 아파트"라는 말이 맞다.

 

거기 사시는 인간성이 명품인 주민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라.

김우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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