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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꿈꾼 수원
정수자/시인
2010-08-19 10:08:36최종 업데이트 : 2010-08-19 10:08:36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광고 같은 단 두 줄의 시. '섬'은 시와 친하지 않던 대중까지 단박에 사로잡았다. 외로움, 그리움, 이상향, 도피처…… 뭐라 해도 좋을 섬의 함의에 많은 이가 즐거이 빠졌나 보다. 

섬은 왜 변함없는 매혹일까.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먼 곳을 꿈꾸며 답답한 일상을 살기 때문일까. 그래서 각자가 꿈꾸는 의미의 투사로 섬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일까. 아마 그렇게 쌓인 섬의 은유에 많은 이가 기꺼이 유혹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섬' 이미지를 활용한 '시인학교'를 다녀왔다. '제부도바다시인학교'. 화성시에서 지원하고 화성문협에서 주최한 네 번째 행사다. 전국적 확장 중에 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문학을 사랑하는 인근의 경기도민이다. 수원에서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가서 잔치를 풍성하게 했다. 시인들의 강연을 듣고 시를 쓰며 여름바다의 낭만을 즐겼다. 

그런데 몇몇 사람의 지적이 따끔했다. 내용인즉, 수원시민이 왜 화성시 문학행사에 참여케 하냐는 것이다. 수원의 문학행사에 인근 시민이 오도록 해야 시의 위상에도 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내놓을 만한 의견이다. 수원이 경기도의 수부도시라면 문화예술에서도 중심 역할을 하기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니 말이다. 

'110만 인구의 수원시', 우리가 자주 만나는 표현이다. 그런데 그 말을 쓰는 당사자나 듣는 이들이 그만한 자부심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표현을 만날 때마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며 뼈를 묻고 싶을 만큼 수원 시민으로서의 자긍이 샘솟는지도 모르겠다. 더 큰 의문은 그에 걸맞은 위상 즉 시의 격에 대한 것이다. 도시가 클수록 그만큼의 규모나 품격, 삶의 질 등등의 문제가 불거지니 말이다. 

도시의 품격, 그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문화예술의 향유요 창출이다. 문화가 살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지는 꽤 되었고, 무슨 때마다 앞에 세운 것도 부지기수다. 특히 우리 시는 해마다 '화성국제연극제', '수원여름음악축제', '화홍문화제',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같은 큰 문화예술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향유를 창출로 키우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 

문학만의 큰 행사가 없다는 불만도 솔솔 나온다. 인근 시와 비슷한 문학행사는 사양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은 필요하다. 문학이 곧 우리의 혼이요 정체성 아니던가. 엇비슷한 축제로 예산 낭비며 적자도 심각하니 긴 안목의 준비를 요한다. '화성국제연극제'도 화성 활용이라는 좋은 기획을 했으나, 수원 자체의 연극 창출에는 못 미치는 성싶다. 물론 지역 연극이 구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좋은 마당을 펴도 즐기러 나오지 않는 시민들도 문제다. 그런 점들을 장기적 시각으로 풀며 우리 지역의 예술적 도약을 꾀해야 축제가 또 다른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섬의 매혹과 동경. 늘 가고 싶은 섬처럼, 수원 화성을 만들 길은 무엇일까. 화성은 예술 공간으로도 썩 훌륭한 자원이니 말이다. 화성으로 집약되는 예술만 지속적으로 창출해도 가능한 일이지 싶다. 섬의 매혹을 지니되 사람을 섬으로 만들지 않는 곳. 섬 같은 매혹과 사람을 위하는 삶터로서의 품을 갖출 때, 시의 격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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