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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길
홍숙영/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0-11-01 11:16:18최종 업데이트 : 2010-11-01 11:16:1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자연친화적인 일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길'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지리산의 둘레길, 서울의 성곽길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인간에 대해 명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각 지방자치마다 특별한 명칭과 이야기를 지닌 트래킹 코스를 개발해 내느라 고심 중이다. 
새롭고 독특한 산책로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도심에서 걸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까운 곳에 볼일을 보거나 산책을 위하여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소음공해도,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지만, 종종 불편함이나 때로는 엄청난 위험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수원의 도심에는 보행자를 위한 길이 없는 곳이 많다. 
인도를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어느새 인도는 사라져 버리고 찻길이 나온다. 교통체계도 이상하여 우회전 하는 차량이 보행자의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여기저기 공사한다고 뚫어놓고 불도저로 밀어대면, 보행자는 가슴이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동네에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공사 중이라 길이 사라져 버렸다. 작업 중이던 인부에게 어디로 가야 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구석을 가리켰다. 
아래로는 깊은 구덩이요, 그 위를 50cm정도 너비의 얇은 철판으로 간신히 덮어 만든 길을 건너가라는 것이다. 보행자가 이제는 서커스까지 해야 될 판이다.   

지난 해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무려 22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분의 1이 넘으며, OECD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동안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람이 아닌 차를 중심으로 길을 내고, 차를 위한 법과 신호를 만든 결과다. 늦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위하여 내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보행권이 신설되고, 걷는 사람들의 권리가 강화된다고 한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이 걷기 좋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위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에 앞서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끊어진 길을 제대로 이어야 한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윤동주의 시 '길'에 나오는 것처럼 끝없이 이어진 길 위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려는 나만의 걷기, 그 진정한 의미를 수원의 도심에서 발견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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