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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행궁에서 행복에 빠지다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09-03-24 12:43:37최종 업데이트 : 2009-03-24 12:43:3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행궁에서 행복에 빠지다_1
[칼럼]행궁에서 행복에 빠지다_1
'먼 음악의 여로'라, 설레며 행궁을 찾았다. 해피수원뉴스에서 만난 '행복한 뉴스', 토기 히데키의 '세계유산콘서트'가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표를 끊고 유여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깥채 마루에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음악회는 특별하다. '세계유산콘서트'라서만은 아니다. 일제가 파괴한 행궁에서 일본의 예술가가 기획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유산 보존과 그 의식 보급을 위하여' 여는 음악회라니 말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의 전통음악 연주니 더 각별할 밖에.

아담한 콘서트장이 되자, 유여택의 운치가 한층 그윽해진다. 멀리 팔달산 꼭대기서 내려다보는 화성장대도 오늘따라 더 듬직하다. 근처의 나무들을 베니 시원한 맛이 장대에 위엄을 한껏 더하는 듯하다. 행궁 뒤에서 바람을 걸러 보내는 소나무들도 뿌듯하기 짝이 없다. 

먼저 행궁에 와 보고 느낀 토기 히데키의 즉흥 연주로 무대를 열었다. 일본 피리 히찌리키의 반투명 느낌이 도는 맑은 소리가 청중을 사로잡았다. 곧 이생강 대금산조가 이어졌다. 모두 숨을 죽였다. 대금 특유의 청아한 음색과 농현이 가슴 밑바닥까지 떨게 만드는가 하면 높은 흐느낌의 여운이 또 애간장을 다 녹이는 것이었다.

양국의 연주는 점점 도도해졌다. 행궁에서 듣는 우리 음악은 가야금이며 철현금의 또 다른 맛을 일깨웠다. 일본의 전통 음악 연주들도 퍽 좋았다. 특히 '쇼'라는 낯선 악기는 넓고 다양한 음폭이며 음색이 우리의 감정선을 뒤흔들었다. 얼굴을 가리고 하는 연주는 처음 보는데, 하늘을 향해 곧게 세운 채 연주하는 모습이 사무라이의 절도를 연상시킨다. '하늘'을 상징하는 악기라더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다시 한번 이생강의 대금이 흐르자 행궁 전체가 몸을 떨었다. 뒷산 소나무들도 부르르 잎을 떠는 듯했다. 기왓골을 타고 처마 끝을 감돌고 있는 대금의 여운이 에밀레 종소리처럼 심연을 파고들었다. 가슴 저미는 아름다움에 겨웠다. 먹먹한 듯 고개를 높이 들거나 숙이는 관객이 간간이 보였다.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감동의 진폭이 그만큼 깊었다.

토기 히데키. 그는 일본의 아악만 아니라 전통악기로 현대음악과 재즈도 한다. 음악도 좋았지만 문화유산을 대하는 그의 자세도 보기 좋았다. 연주 중간에 정조의 어좌를 향해 정중하게 절을 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라시대부터 지금까지 1300년이나 아악을 계승해온 토기가문의 예인다웠다. 그런 게 바로 일본인의 전통 사랑법일 듯싶다. 전통에 대한 바른 대접과 올바른 계승 같은 것.   

3월 21일 저녁, 행궁에서 우리는 행복에 깊이 빠졌다. 하지만 편치 않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 관객은 보채는 아이며 오가는 사람 많았는데, 일본 관객은 앞자리에서 고요히 음악에 심취하는 태도가 비교됐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가 필수인 연주건만, 준비 없이 온 탓인지 우리 관객은 산만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행궁에서의 좋은 공연에 수원시민이 적은 것도 안타까운데(홍보 부족인지), 일부 관객의 무례는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세계유산콘서트', 문화유산과 전통음악의 조화를 즐긴 자리였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화성이 두 번째 공연이라니 토기 히데키의 음악도 그만큼 넓어질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새삼 다급해진다. 문화유산이 낳는 무한한 가치. 이제 우리도 더 다양한 화성 향유를 모색할 때 아닌가. 그런 시간들이 격조 높은 예술로도 나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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