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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용의자 X, 인스턴트 사랑에 경종을 울리다
홍숙영/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09-03-27 11:18:09최종 업데이트 : 2009-03-27 11:18:0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 용의자 X, 인스턴트 사랑에 경종을 울리다_1
[칼럼] 용의자 X, 인스턴트 사랑에 경종을 울리다_1
일상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느린 인터넷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찬, 심지어는 진지한 사랑까지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점점 더 빠른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등장하고 인스턴트식품이 인기를 끌며 100일을 넘긴 사랑을 위해 이벤트를 벌이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시사회를 통해 접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즉각적이고 정형화된 사랑의 방식에 익숙해진 까닭에 결코 사랑에 매진할 수 없는 우리의 비극적인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알리바이를 만드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이를 파헤치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의 치열한 두뇌게임이 벌어지는 추리극이다. 그러나 한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은 이 영화를 단순히 추리극의 범주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늙수그레한 총각인 수학교사 이시가미의 옆집에 어느 날 야스코 모녀가 이사를 오게 된다. 
술집 여종업원 출신으로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는 야스코 모녀에게 이혼한 전 남편 토가시 신지가 찾아오면서 이들의 평화로운 생활은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야스코 모녀는 급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이후 토가시 신지는 시체로 발견된다. 모녀를 돕겠다고 나선 이시가미는 그물망처럼 촘촘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그의 대학  동창인 유카와는 마치 어려운 문제를 풀듯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극적 흥미를 고조시킨다. 
 
야스코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그녀가 팔고 있는 도시락처럼 빠르고 천편일률적인 어떤 것으로 느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그녀를 지켜주며 모든 것을 떠안으려는 이시가미의 사랑이 오히려 의아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사랑은 무지개나 소나기처럼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오기에 우리는 그러한 사랑에 언제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평균적인 사랑의 방식을 잘 알고 있기에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극장이나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며 연애 과정을 따른다. 서로 작은 선물을 주고받다가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뜨거움이 식으면 이내 돌아서며 잊어버린다. 
이처럼 도식화된 인스턴트 사랑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이시가미의 진지함은 오히려 신파극처럼 다가올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절규하며 울부짖는 이시가미를 보며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헌신할 수 있을까?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은 뜬금없어 보지만, 혹시 나에게 그리고 그에게 늘 던지고 싶은 물음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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