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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의 놀이터에서
홍숙영/한세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2009-06-15 14:25:09최종 업데이트 : 2009-06-15 14:25:0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 세상의 놀이터에서  _1
[칼럼] 세상의 놀이터에서 _1
-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
미끄럼틀을 타고
매일 매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안도현의 시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중에서 >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이다. 미끄럼틀과 시소를 타거나 모래장난을 하면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프랑스의 놀이터가 우리나라의 놀이터와 다른 점은 아이들 옆에 반드시 부모가 있다는 점이다. 약간 떨어진 벤치에 앉은 엄마나 아빠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함께 모래성을 만들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놀이터에서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기에 프랑스의 놀이터에는 미끄럼틀과 벽타기, 외줄타기와 같은 놀이기구에 연령 표시를 해두고 있다. '이 미끄럼틀은 2살짜리 아기가 혼자 타도 됩니다.' '이 그네는 다섯 살부터 탈 수 있습니다.'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모래장난을 할 수 있는 놀이터의 모래는 매일 갈고리로 긁어 청소하며 일 년에 한 번씩 갈아준다. 
 
오를레앙의 루이 파스퇴르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공원에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난장이들이 탔음직한 아주 작은 기차가 있었는데 실제로 운행이 되고 있었다. 
파란 옷을 입은 기관사 아저씨는 긴 다리를 기차머리에 올린 채 석탄을 땠고 아이들은 그 뒤에 앉아 기차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기차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콧잔등엔 까만 석탄 가루가 묻어 있었다. 
아이를 기차에 태우기 위해 부모는 80센트를 주고 표를 구입한 뒤 아이에게 이를 건네주었다. 이 때, 뒤에 사람이 밀려 있었는데도 검표원은 한 아이 한 아이에게 "즐거운 여행되기 바라요."라고 말을 건네며 표를 받았다. 
 
이런 광경은 회전 자동차를 타는 데서도 똑같이 목격 할 수 있었다. 일단 부모가 표를 사서 아이에게 주면 검표원 할아버지가 초콜릿 통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표를 받고 초콜릿 한 알을 주었다. 이윽고 비행기와 헬리콥터, 자동차, 오토바이, 견인차, 소방차 등 아이들이 탄 놀이기구가 돌아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란 막대 끝에 '뽕뽕'이라고 불리는 작은 종을 매달아 아이들이 이를 잡도록 했다. 
뽕뽕을 잡은 아이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상품으로 표를 한 장 더 주었다. 단순한 상술로 보기에는 너무나 아기자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놀이기구 하나 타는 일에도 교환과 접촉이 있었다. 부모가 돈을 내면 자식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놀이기구를 타는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누리고 있었으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어느 마당, 어느 모퉁이 하나라도 놀이터 되지 못할 곳이 있으랴. 놀이에 열중한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한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아이들은 서서히 세상이라는 놀이터로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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