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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원 소나무
임병호/경기시인협회 회장
2009-07-22 10:15:10최종 업데이트 : 2009-07-22 10:15:1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 수원 소나무 _1
[칼럼] 수원 소나무 _1
조선조 제22대 정조대왕(正祖大王·1752~1800)은 조림에도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비운에 숨진 아버지 사도세자(思悼世子·1735~1762)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전국의 사대길지(四大吉地)로 알려진 수원 화산으로 천장한 정조는 특히 수원 화성(華城) 일대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

사도세자의 능침 현륭원(융릉)이 있는 화산엔 소나무가 울울창창하였다. '모처럼 능참봉을 하나 얻어 하니까 , 한 달에 임금님의 거둥이 스물 아홉번이다'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정조는 현륭원을 자주 참배하였다. 
어느 해였다. 현륭원 주위 송림에 송충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정조는 친히 송충이 한 마리를 잡아 "아무리 미물일망정 네 어찌 친산의 솔잎을 모두 갉아 먹느냐"고 꾸짖고 깨물어 죽였다. 그 순간 모든 소나무들에서 송충이들이 일제히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야사이긴 하지만 정조의 효심과 애림사상이 서린 얘기다.

그 무렵 흉년이 들면 백성들은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송기(松肌) 떡이나 송기죽을 쑤어 먹었다. 어린 애들은 한창 자라나는 소나무의 연한 윗대를  꺾어 먹었다.  정조는 이런 짓을 막기 위해 콩을 볶아서 주머니 속에 넣어 소나무마다 매달아 놓도록 지시했다.  그 볶은콩을 먹고 소나무 순은 꺾지 말라는 어심이었다.
그래서인가, 오늘날 수원(水原) 지역엔 소나무가 많다. 광교산, 팔달산, 여기산엔 낙락장송이 장관이다. 시가지 중심에도, 아파트단지에도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 만석공원엔 역대 시장, 구청장, 단체장들이 오래 된 소나무를 기념수로 심어 고풍을 더 한다.

200여년 전 정조대왕이 현륭원 참배길에 조성한 노송제대(老松地帶)는 특히 유명하다. 수원의 북쪽 관문 지지대고개 아래 배나무골(이목동)에 위치한 노송지대는 정조가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내탕금 1천냥을 하사해 소나무 500그루와 수양버들 40그루를 심어 군락을 이뤘다. 1973년 7월 노송 137그루가 경기도지방기념물 19호로 지정됐으나 주변 개발과 차량 매연 등으로 고사돼 37그루만 남았었다.

그러나 수원시의 정성으로 노송지대가 되살아나는 모습이 완연하다. 노송지대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형 후계목 찾기 작업을 벌여 최근까지 정조시대 노송과 가장 유사한 직경 50㎝ 이상 소나무 27그루를 옮겨 심었다. 어린 후계목 500여그루를 심은 데 이어  품종과 수령, 서식 환경이 비슷한 소나무를 선별, 옮겨 심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연계된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송지대 일대 6만6천470㎡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토지매입비 503억원을 포함, 사업비 583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옛 주막거리 풍경도 볼 수 있는 역사문화공원은 노송지대가 제 모습을 되찾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최근엔 송죽동 만석공원 6천200㎡에 '정조시대 능행차 광장'을 조성하면서 장송 45그루를 심어 '소나무 터널'을 만들기도 했다.

소나무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왔다. 태어나서 금줄에 솔가지를 걸고, 소나무로 집· 궁궐·사찰을 지었다. 죽어서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소나무는 솔, 참솔, 송목, 솔나무, 소오리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한자 '松'의 나무 木 오른쪽의 '公'은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쓴 약학서 '본초강목'에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이다"라고 명시했을 만큼 예부터 나무 중에서 제일 고귀하고 높은 자리에 있었다. 명승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나타난다. '환웅(桓雄)이 무려 3천을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와 여기를 신시(神市)라 이르니 이가 곧 환웅천왕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신단수는 소나무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이 새겨진 나무다.

신목(神木)으로 정해진 소나무는 신성한 나무이므로, 함부로 손을 대거나 부정한 행위를 하면 재앙을 입는다고 믿었다. 소나무의 몸은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고 푸른 솔잎은 생명의 창조와 번영을 뜻한다고 여겼다. 소나무는 생장에 있어서도 '활력'의 기운을 내뿜는다. 솔을 집 주변에 심으면 생기가 돌고 속된 기운을 물리친다. 부정한 기운을 막기 위한 금줄에 그래서 솔가지를 걸었다.

소나무는 이름도 많다. '소나무의 왕 '이라 불리는 금강송(金剛松), 속이 노랗다고 황장목(黃腸木), 표피가 붉은 빛을 띤다고 적송(赤松), 매끈하게 잘 뻗었다고  미인송(美人松), 바닷가에 산다고 해송(海松)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랑을 받는다. 수원 노송지대의 소나무들은 '홍재송(弘齋松)'으로 명명했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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