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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노는 방학, 뛰노는 상상력
정수자(시인)
2008-12-26 09:31:10최종 업데이트 : 2008-12-26 09:31:1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노는 방학, 뛰노는 상상력_1
[칼럼]노는 방학, 뛰노는 상상력_1
신나는 방학이다. 하지만 요즘은 '신나는'이란 수식어가 안 어울린다. 신이 나기는커녕 심란한 느낌마저 받는다. 방학이라고 마음껏 놀 수도 없거니와 공부에 시달리기 일쑤니 말이다. 그러니 신나게 새롭게 놀기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적어도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방학이 그랬다. 방학만 손꼽아 기다렸고, 놀 궁리에 들떠 방학 전부터 활기가 넘쳤다. 이제부터 실컷 놀아야지, 친척 집에도 가야지, 아니면 책이나 물리도록 읽어야지, 등등 즐거운 궁리들이 만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겐 방학이 또 다른 개학이다. 학교만 안 갈 뿐, 공부를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방학 전부터 짜놓은 어머니 시간표에 따라 아이들은 궤도 속으로만 움직인다. 개중에는 도서관이나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찾아 방학을 채우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학교 공부 더 하느라 늘어지게 늦잠을 즐길 여유가 없다. 그것도 뒤처진 공부 보충이 아니라 남보다 앞서려는 공부에 너도나도 바쁜 것이다.

선행학습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공교육 부실 문제도 선행학습에서 비롯된다.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는 게 가장 큰 폐해라고 수없이 지적됐지만, 점수 욕심 때문에 쉬 고치지 못 한다. 거기에다 벼슬이 곧 효이고 족보에 남는 가문의 영광이었던 우리네 전통도 한몫한다. 과거제도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반복하는 것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지금도 명문대학 가고 취직 잘 하는 것 이상의 효도가 없는 판이니 말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큰 문제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데, 상상력이 가장 활발한 시기를 압살하는 격 아닌가. 이래서는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가기 어렵다. 마음껏 놀 시간 없이 학교로 학원으로 과외로 뺑뺑 도는 아이들에게 무슨 새로운 생각이 싹트랴. 점수 걱정으로 꽉 찬 머릿속에 무슨 발랄한 상상이 비집고 들어가고, 또 무슨 찬란한 창의성이 터져 나오랴. 비워둔 틈이 있어야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놀 짬이 있어야 일상을 벗어난 기발한 생각이 나오지 않겠는가.

다른 나라 얘기지만, 프랑스는 방학 때 과제가 없다고 한다. 공부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방학 동안 여행이나 독서, 친척집 방문 등의 새로운 경험으로 학교 공부 이상의 효과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런 체험들이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넓힐 것은 당연하다. 숙제 없으면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고, 저 좋아서 하는 일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 전체의 문화적인 힘으로 축적되면서 새로운 문화 창출의 저력이 되는 것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다.  

방학 동안의 경험들은 글쓰기로도 직결된다. 미국 유학생이 에세이를 감당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것을 보면 쓰기의 중요성이 실감난다. 그 똑똑한 아이들도 시험공부만 빡빡하게 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펴는 글쓰기는 힘들어진 것이다. 글쓰기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데, 성적만 아니라 그게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의 근간인 창의력과 상상력을 고갈시키는 교육으로 우리는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방학에라도 아이들을 좀 놀게 하자. 제 마음대로 프로그램 짜서 실컷 놀게 할 것. 그렇게 잘 논 아이들은 더 다양한 상상으로 뛰놀 줄 안다. 마음껏 놀고 나면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게임이든, 그것들을 제 깜냥대로 터뜨리며 놀라운 창출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힘들이 문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모여 이 나라를 끌고 나갈 것이다.     

* 약력 :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 『저녁의 뒷모습』, 『저물 녘 길을 떠나다』,
         저서 『한국현대시인론』(공저), 『중국조선족문학의 탈식민주의 연구1』(공저)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작품상, 이영도시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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