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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원에 조성되는 한옥마을
임병호/경기시인협회 회장
2009-07-14 09:33:19최종 업데이트 : 2009-07-14 09:33:19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관광명소로 유명한 전북 전주시 풍남동·교동 '한옥마을'에 가면 세월을 비껴간 듯 고풍스러운 한옥(韓屋) 기와집 700여채가 사람들을 반긴다. 
99칸짜리 대궐 같은 집부터 서민형 집까지 두루 섞여 있어 보기에  좋다. 마을 한쪽엔 널뛰기.투호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 마당이며 술 익는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오는 술박물관도 보인다. 토담길을 따라 거닐면 골목에서 들리는 판소리 가락이 흥겹다. 주변에 객사·풍남문· 경기전· 향교 등 문화재가 많아 전통문화 숨결이그윽하다. 국내·외 관광객이 해마다 13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전주나 경북 안동 하회마을 등에 갈 때마다 한옥마을이 내심 부러웠는데 수원(水原)에도 한옥마을이 조성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고색창연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을 자랑하는 수원시가 내년부터 장안동과 남수동 등 화성 성곽 내 119만2천㎡와 성곽 밖 104만8천㎡의 한옥 건물주에게 신축 및 보수비용을 지원하고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단다. 
특히 오는 8월엔 성내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립할 때 한옥 권장용도 지구를 지정해 서울 북촌을 모델로 한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니 벌써부터 그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되면서 거의 사라져간 한옥이 보전되고 다시 건축되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서양식 주택과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자연과 역사 속에서 형성된 민족의 주거양식 한옥은 남다른 조화가 특징이다. 우리 조상들은 방이 3칸밖에 안 되어도 '청풍(淸風) 한 칸, 달(月) 한 칸, 나 한 칸'이라고 했다. 자연과 교감하며 여유롭게 살았다.

한옥엔 과학의 원리가 깃들었다. 생활의 지혜가 녹아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게 완성시킨 건축양식이 한옥이다. 기와집의 경우 황토를 쌓은 다음 기와를 얹기 때문에 건축면적 3.3㎡당 지붕 무게가 2~2.5t에 이른다. 무거운 지붕이 기둥· 보 등 목구조를 눌러 줌으로써 나무가 돌아가거나 뒤틀리는 것을 막고, 태풍이 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또 기와와 그 밑의 흙이 열을 차단해 겨울에는 실내를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한다.

기와지붕의 면적은 건물 바닥 면적의 1.5~1.7배다. 지붕이 경사진 데다 벽체 밖으로 처마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옥이 양옥보다 웅장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 한옥은 온돌과 마루를 갖추고 있다. 온돌방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가마솥이 데워지고 불길이 고래를 타고 구들장을 덥힌다. 구들 구조가 그을음을 잡아 떨어뜨려 굴뚝으로는 맑은 연기만 배출한다. 이 연기는 여름철 모기 등 해충을 쫒는다.

예부터 뒤에서 산이 막아 주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거나 들판이 펼쳐지는 곳을 이상적인 집터로 생각했다. 산 중턱에 주로 남~동 방향으로 집을 지었다. 앞뒤가 트인 대청마루를 두면 산에서 나오는 찬 공기가 뙤약볕으로 더워진 마당 쪽으로 흐르면서 시원한 바람이 생성된다. 흙벽은 바깥의 열기를 막아주며, 날씨가 추울 때는 반대로 온기를 발산시킨다. 집안 습도가 높을 때는 흙이 습기를 먹고, 건조할 땐 습기를 내 조절한다. 또 음식 냄새나 담배 냄새 등을 흡수한다.

요즘은 한옥이라고 하면 기와집을 뜻하지만, 옛날 서민들에게 한옥은 초가였다. 주로 볏짚으로 지붕을 이었다. 볏짚은 겉이 매끄러워 빗물이 잘 흘러내려 두껍게 덮지 않아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또 속이 비어 그 안의 공기가 여름엔 햇볕의 뜨거움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집 안 온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한 두해에 한 번씩 추수가 끝난 뒤 볏짚을 다시 이어 지붕을 새로 덮는 날은 잔칫날 같았다.

한옥은 한 채씩 떨어져 있을 때보다 여러 채가 함께 있을 때 보기에 좋다. 의미도 커진다. 집은 모여 있어야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이웃 간에 사랑이 싹튼다. '택리지(擇里志)'를 쓴 조선시대 인문지리학자 이중환(1690~?)은 지리·생리·산수가 좋아야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예부터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다.  화성과 화성행궁, 수원천이 완전히 복원되고 옛거리, 한옥마을까지 조성되면 수원은 그야말로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이왕이면 수원의 관문 파장동 지지대(遲遲臺)에 전주(全州)나 경주(慶州)처럼 정조대왕의 아호를 붙인 '홍재문(弘齋門)'을 세웠으면 한결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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