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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도 집이 필요하다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09-10-07 10:13:54최종 업데이트 : 2009-10-07 10:13:5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얼마 전 시집 출판으로 꽤 분주했다. 점이나 찍고 가자는 말씀들에 저녁자리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식 출판기념회가 아니므로 '조촐하게'를 우선에 두었다. 그런데 장소가 문제였다. 호텔을 피하자니 '문학의 집' 같은 마땅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정한 곳은 배처럼 생긴 식당이었다. 배 띄우고 시회(詩會) 열던 전통을 생각하면 그곳에서의 출판기념모임은 차라리 어울린다 싶었다. 그래서일까, 번개로 시작한 자리는 더 정겹고 오붓하고 훈훈했다. 같이한 이들도 대부분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라고 이런저런 걱정을 쓸어내리는 화답을 건네셨다. 추분 저녁 시집 출판 번개는 그렇게 갔다.

그런데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이제는 정말 문학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이냐가 계속 남는다. 나 자신 글과 말로 문학관 건립을 먼저 주장했지만, 그 이상의 반향에는 공조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의 미래를 내다보는 일에는 더 적극적인 참여와 방향 모색이 따라야 한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짓거나 계획 중인 문학관이 많다. 인구 4만1000명의 강진군에서도 '시문학파'를 기리는 문학관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부안군에서는 그 지역의 시인 신석정의 문학관 건립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웃 화성시는 이미 노작 홍사용을 기리는 '노작문학관'을 건립한 상태다. 최근에는 양평에 '황순원문학관'을 열었다. 이 두 문학관 건립으로 다른 도에 뒤지는 경기도의 문학관 수가 조금 위안을 받기는 했다.

문제는 수원에 그런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일까, 문학이 약한 탓일까. 둘 다라 하겠지만 그럴수록 키워야 하지 않겠나. 박물관 둘을 한꺼번에 개관하고 여력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의지라도 확실히 보여야 한다. 예술인들의 사랑방 같은 예총회관 약속도 아직은 막연하다. 부족한 문화공간에 대한 준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경기도의 수부도시 수원의 자존심이 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관은 박물관 규모의 예산까지는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외관이 예술적이면 그것만으로도 관광수입을 낳는 게 이즈음 문화소비 행태다. 그런 조형미 넘치는 공간은 꿈이라고 양보하고 웬만한 규모의 문학관이라도 서둘러주기를 고대한다. 그러면 문학관을 통해 아주 크고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가 있다. 우선 우리 지역의 문학적 욕구와 해소 나아가 창출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학관은 단순한 유품 전시 공간이 아니다. 이즈음 문학관은 그런 낡은 기능에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더 많은 공유와 향유의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학 강좌나 관련 프로그램도 잘만 운영하면 지역문화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문학관 운영이 결국은 시민의 지역 사랑과 문화지수를 높이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문학은 근자에 널리 회자되는 스토리텔링의 근간이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은 이 시대의 총아인 고부가가치 영상문화의 기본이다. 이런 것들이 문학을 바탕으로 계속 벋어가고 새로운 대박을 낳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태반이 될 문학에도 이제는 더불어 노닐 만한 집 한 채쯤 지어줘야 하지 않을까.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내용도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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