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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감히 꼬마들이 대학을!
홍숙영/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09-10-20 17:18:37최종 업데이트 : 2009-10-20 17:18:3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가자, 크로코 크로코 크로코 악어야!"

신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20명 남짓 되는 이 꼬마들이 발을 맞춰 가는 곳은 바로 파리 13대학. 과학 실험을 하기 위해 대학 실험실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이 꼬맹이들이 대학에?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파리 8대학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유치원에 관한 비교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주연씨는 연구를 위해 3주간 프랑스 유아학교를 관찰한 적이 있다. 주연씨가 대상으로 삼았던 유아학교는 파리에서 조금 떨어진 빌타누즈라는 곳에 있는 공립 유아학교였다. 이 학교는 파리 13대학에서 멀지 않았는데 특이한 점은 아이들의 과학실험을 대학에서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과학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짝의 손을 잡고 줄을 지어 13대학의 실험실로 간다. 늘 손가락을 빠는 클로에나 집에 가자마자 공갈 젖꼭지를 찾는 피에르도 이 시간만은 진지한 탐구자의 자세로 열심히 실험에 임한다. 꼬마 아인슈타인과 꼬마 퀴리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동그래졌다가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란. 
 
우리는 대학이 유치원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흔히 보아왔다. 학위나 연구 발표를 위한 논문을 쓰기 위해 유치원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기도 하고, 보육교사들이 실습을 위해 유치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유치원이 감히 대학을 이용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대학에서 과학실험을 하겠다는 발상을 꺼낸 유치원이나, 꼬마들을 위해 선뜻 실험실을 내어 주는 대학이나 어느 쪽도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유치원이나 대학이나 배움에의 길은 하나로 통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유아학교는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주연씨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히려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차량, 피아노 등을 갖춘 한국의 사립 유치원들이 시설 면에서는 프랑스보다 나은 곳도 많아요. 그렇지만 유아들의 교육에 있어서 프랑스는 공교육이 이를 담당하고 한국은 사교육이 담당하다 보니 프랑스가 훨씬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우리의 유치원은 시설이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크지만 프랑스의 유치원은 시골이나 도시나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한다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원하는 부모는 누구나 아이를 유아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 없이 유아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빌타누즈 유아학교를 관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원장선생님의 정열이었어요. 30년간 유아학교에 근무한 분이었는데요. 일주일의 반은 작은 반 수업을 맡으면서 아이들을 위해 어떤 활동이 좋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더라고요."    

이와 같은 원장과 교사들의 열정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동반자들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이다. 프랑스에는 기꺼이 유아학교의 동반자를 자청하고 나서는 파트너들이 많다. 동네 도서관이나 시청, 대학, 병원이나 소방서 등도 언제든지 손을 벌릴 수 있는 만만한  기관이다. 물론 사전에 계획을 세워 요청을 해야 된다는 전제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엑스포 관람 가려고 하는데요. 시청 버스 좀 빌려주세요."라고 전화하면 시청에서는 선뜻 크고 튼튼한 버스를 보내 아이들의 나들이를 돕는다.   
 "빵 만드는 걸 구경하고 싶어요."라고 부탁하면 빵가게 주인은 주저 없이 문을 열어 주고 아이들에게 미니 바게트를 하나씩 선물하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마을의 여러 단체나 기관에서는 전시회나 축제에 종종 유아학교 어린이들을 주빈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봄 축제에 유아학교 어린이들이 빠진다면 축제의 재미는 절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얼굴에는 울긋불긋 화장을 하고, 여러 가지 의상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행렬의 맨 앞줄에 서서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데, 그 모습들이 정말 천사 같기만 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그리며, 직접 체험한 것을 글로 옮길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는 산 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배움을 얻는 장소가 어디 학교뿐이랴. 산이나 들, 시장이나 공장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슴이 들뜨기 마련이다. 직접 만져 보고 냄새를 맡으며, 뛰고 구르면서 아이들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세상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어른들이 배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아이들은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학교와 대학, 지방자치단체, 상인과 기업이 모두 유아 교육에 동참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자세는 교육이 유아학교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모두가 함께 담당해야 하는 과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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