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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마음의 길
홍숙영/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09-08-24 09:07:08최종 업데이트 : 2009-08-24 09:07:0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마음의 길 _1
[칼럼]마음의 길 _1
지금 유럽에서는 친환경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전거 이용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데, '자전거'와 '자유'라는 뜻을 지닌 '벨리브'라는 이름의 이 자전거 대여 시스템은 자전거 이용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벨리브'는 근거리를 이동할 때 차량 대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제도로 지하철, 버스 등과 연계하여 대중교통의 보완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1년 이용료를 내고 30분 이하로 이용하면 무료이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개인이 이동할 때 잠시 이용하고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벨리브'는 2년 전에 도입되었는데 초창기에는 자전거의 고장이나 도난 등이 잦았지만 여러 가지 보완 장치를 마련하여 이제는 그런 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파리에서 자전거는 버스 전용 도로에서 버스와 나란히 달리기도 하고, 자동차나 택시와 함께 도로를 질주하기도 한다. 물론 자전거만을 위한 전용 도로가 마련된 곳에서는 그 길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자전거 사고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어째서일까? 

프랑스의 운전자들은 항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건너려는 여성이 있다면 시간에 쫓기는 버스 운전자라도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운다. 약자인 자전거가 버스 전용도로에서 함께 달린다면 버스는 자전거에 주의하며 운전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옆에서 알짱거린다고 경적을 울리거나 눈을 부라리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운전자들이 자신들을 배려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자유롭게 거리를 누빈다. 이러한 믿음이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고 굳이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지 않더라도 자전거는 스스로 길을 만들며 달린다. 

수원시에서도 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하나로  '자전거도로 설치 기준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에는 이미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 곳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무용지물이다. 도보로 어딘가를 가려고 해도 10분도 못가서 인도가 사라지기 일쑤이며, 인도보다 더 안쪽에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 곳에서는 자전거도 보행자도 모두 위험하고 불편하다. 
통행에 있어서 강자인 차량을 위한 길은 잘 닦여 있지만 약자인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길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기에 앞서 마음의 길을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전자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어 주는 마음이 더 넓은 길을 만들어 낸다. 그런 다음 정책을 세울 사람들이 직접 길을 걷고 자전거를 타면서 몸소 체험하고 가장 효율적인 길을 닦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길과 체험의 길이 생긴다면,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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