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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주 특별한 산책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09-07-20 10:36:50최종 업데이트 : 2009-07-20 10:36:5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는 아주 특별한 산책이다. 사진 산책으로 화성의 근대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우리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화성이 겪어온 시간의 궤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화성만 아니라 우리네 삶도 같이 엿볼 수 있다.

사진 속 화성의 어제와 오늘은 선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불과 오륙십년 전만 해도 화성은 얼마나 피폐했던가.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안고 있는 화성의 여러 시설물은 우리의 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거의 다 부서진 장안문 옹성이며 동북공심돈, 봉돈, 그리고 누각이 완전히 날아간 창룡문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그런 중에도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오고,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아무리 참혹한 전쟁 후라도 삶은 그렇게 지속되었던 것이다.  

화홍문 아래 수원천 풍경도 발길을 오래 붙든다. 박태원이 핍진하게 그려낸 일제시대 청계천변의 삶 '천변풍경'이 전후 수원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졌던가. 천변에 줄줄이 판잣집을 얽고 임시방편의 삶을 꾸린 피란민들의 애환이 잡힐 듯 선연하다. 그나마 귀천을 가리지 않는 개울이 있어 밥이며 빨래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원천은 그날그날 일어나는 많은 일을 받아주며, 피란민들의 눈물 콧물을 닦아주며, 그렇게 묵묵히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포탄과 방치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용사들이 꽤 있었다. '남아 있어 남문', '서 있어 서문'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었던 팔달문(남문)과 화서문(서문), 서북공심돈, 연무대, 화홍문, 방화수류정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 시설물까지 다 날아갔으면 우리 화성은 어쩔 뻔했나 싶어져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들의 생존에 위안과 고마움마저 느끼며 이리저리 다시 보면 화성의 위용이 더 두드러지니 절로 흐뭇해진다. 

이렇듯 사진전은 화성을 다시 거닐게 한다. 하지만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지만은 않다. 긍지와 수치 그리고 각성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의 파괴 흔적들이 우리를 아프고 부끄럽게 한다. 그 위에 복원한 오늘의 모습은 긍지를 뿌듯이 불어넣어준다. 그러는 중에 화성의 아름다움을 계속 누리려면 얼마나 잘 지키고 성심껏 가꿔가야 하는지 준엄한 일깨움도 듣게 된다. 

무릇 문화유산은 자격 있는 민족만이 누릴 수 있다. 자신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긍지는 물론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더불어 나눌 줄 아는 민족이 진정한 향유의 자격을 지닌다. 화성의 아름다움도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기려야 더 오래 의미 있게 누릴 수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화성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먼저 나서고 실천한 선각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음을 늘 기억하고 또 되살려가야 한다.  

사진전의 주인공 김동휘 선생은 그런 분 중에도 앞선 어른이다. 전쟁 직후부터 찍어온 화성 사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록성에 예술성을 더한 귀한 사진들은 사진과 예술 그리고 문화유산의 힘을 생각하고 미래를 모색하게 한다. 의료 활동 틈틈이 사진작가로 문화예술인으로 이 지역의 좋은 역할 모델인 선생이 더 좋은 앞날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사랑하는 만큼의 향유가 가능하다. 김동휘 선생의 사진은 우리가 사랑하고 가꾸는 만큼 화성이 빛날 것이라고 일러준다. 더 아름다운 화성 예술을 꽃피우면서 세계의 화성으로 도약하라는 귀띔도 건넨다. 이 특별한 산책의 숙제를 우리 모두 차근차근 풀어야겠다.

*김동휘 선생의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 특별 사진전은 8월16일까지 팔달구 매향동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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