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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무르익은 이 봄날, 미얀마의 안부를 묻습니다
김우영/언론인
2021-06-04 16:18:26최종 업데이트 : 2021-06-04 16:17:10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공감칼럼

 

봄이 무르익다 못해 지친 5월 마지막 주말, 정수자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29일과 30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뒤편 야외 공연장에서 (사)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의 문학콘서트가 열리는데 조금 일찍 나와 달라는 것이다.

 

"무슨 문학콘서트라고?" 반문하는 내게 그는 "아이참, 아직 2G폰이지? 그러니 연락을 못 받지. 빨리 스마트 폰으로 바꾸라니까."

 

미안하다. 나는 바꿀 생각이 없다. 스마트 폰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가족모임, 심지어 연인들이 데이트 중에도 각자 스마트 폰에 빠져 있는 모습,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x톡'소리, 글을 올렸는데 못 본 척 대답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사람들...이런 세태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다. 모르지, 어느 날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기거나 술 덜 깬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장만할 수도 있겠다.

 

정시인은 조금 일찍 나와서 토크콘서트에 출연하는 소설가 윤정모 선생을 모시고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경기아트센터 인근 커피숍에 가니 벌써 윤 작가와 여주로 이사 간 지 한참 지나 시골사람이 된 시인 홍일선 형이 정수자 시인과 함께 앉아 있었다. 70대 중반의 윤작가는 올곧은 면모가 있지만 참 소탈하고 심성이 곱다. 그래서 나이가 한참 아래인 남자 후배 문인들도 그를 '정모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일본에 대한 성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세 번째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 있자니 어느덧 시간이 다 됐다.

 

'당신의 안부를 묻는 봄날에'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60명만 참석했고 방역수칙도 철저하게 준수했다.

 

사실 나는 시를 쓴답시고 몇 문학단체에 가입했고, 잠시지만 지역 시인협회 회장도 역임한 바 있지만 시낭독회 같은 행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시를 여러 사람 앞에서 읽는 행위가 지금도 계면쩍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시인이 되기로 작정했던 청소년기에 마음속으로 존경했고 한번 만나 뵙기를 소원했던 김수영 시인.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내 김현경 여사가 특별히 참석해 남편의 시를 차분하게 읽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숲속에서 김수영의 시를 낭독하는 부인...그 한 장면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있었다.

 

이에 앞서 서승아 씨의 '지신무'가 잔디밭에서 펼쳐졌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의 춤사위에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현재 벌어지는 미얀마에서의 유혈항쟁이 겹쳐져 가슴이 아팠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놈의 눈물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잦아지고 있다.

 

회원들의 시가 낭독되고 그 시를 가수가 노래했다. 행사가 마무리 될 무렵 미얀마 시인 띤모 씨의 '시인의 꿈'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쩌쏴린 씨의 '우리 걸음'을 '한국과 미얀마 연대' 조모아 대표가 미얀마어로, 사회자가 한국어로 번역해 낭독했다. 청중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세손가락 경례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했다.

 

가수 손병휘가 마지막 순서에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앵콜곡 '님을 위한 행진곡'은 미얀마에서 온 사람들과 청중들이 모두 일어서 함께 불렀다.

 

"데모크라시 야쉬예!(민주주의 할 수 있다!) 도예, 도예!(하자, 하자!)" 미얀마어로 구호도 외쳤다.

  행사가 끝난 후 미얀마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한 필자

행사가 끝난 후 미얀마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한 필자

 

행사가 모두 끝났다. '한국과 미얀마 연대' 조모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군부의 탄압을 피해 우리나라로 온 정치적 난민 신분이다.

 

"우리나라도 4.19, 5.18. 6월 항쟁 등 많은 피를 흘린 끝에 이제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얻었지요. 미얀마 국민들의 피가 헛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민주주의가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라고 격려했다.

 

조모아 대표는 또렷한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드시 미얀마 민주화를 이뤄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집에 와서 미얀마 소식을 찾아보니 군부 쿠데타에 맞서 저항 운동에 참여 중인 자식들을 대신해 어머니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는 뉴스가 보인다. 반군부 저항 운동에 나선 형제의 모친인 64살 미 응에 씨가 군사재판에서 선동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5천467명이 체포됐으며 이중 4천350명이 구금된 상태라고 한다. 7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뉴스도 보았다.

 

목숨을 걸고 군부 저항 운동을 펼치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세손가락 경례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데모크라시 야쉬예! 도예, 도예!"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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