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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동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 수원시가 해내고 있다
김우영 언론인
2021-01-04 14:44:42최종 업데이트 : 2021-01-04 14:44:33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동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 수원시가 해내고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 때 '동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라는 직선제 쟁취 구호가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라는 간선제를 통해 권력을 거머쥔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호헌철폐" "민주쟁취"를 외치는 함성은 그야말로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퍼져 울렸다. 6월 항쟁이 시작됐다.

 

나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남대문시장 순대골목에서 시위진압 전문 경찰인 이른바 '백골단'에 잡힌 적도 있다.

 

사과탄이 통통 거리며 내 앞으로 굴러왔고 그걸 발로 차버리려는 순간 터졌다. 최루가스에 눈을 못 뜨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백골단이 내 뒤 쪽 허리띠를 단단히 잡았다. 이렇게 되면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

 

그렇게 끌려가던 중 구원의 손길이 왔다. 누군가가 "왜 죄 없는 우리 아들 잡아 가느냐" 소리치며 나와 경찰 사이로 몸을 내던진 것이다. 육중한 체구의 낯선 아주머니였다. 그 바람에 경찰은 내 허리춤을 놓쳤고 나는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순댓국집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그분은 순댓국집 주인이었다. 내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는 자식 같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그리 행동했다고 한다.

 

"어머 학생, 피!" 아주머니는 나를 학생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이가 몇인데.

 

발을 내려다보니 오른 쪽 하얀 운동화가 피에 젖어 빨간색이 됐다. 내 앞에서 터진 최루탄 파편에 맞은 것이다. 30년하고도 4년이나 된 지금도 오른 쪽 정강이엔 그 상흔이 남아 있다.

 

그때 그 순댓국밥집은 이제 없다. 당시 60살은 넘었을 그 아주머니도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그래도 그 피가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대통령부터 시장까지 우리 손으로 뽑는 직선제를 이뤄냈다는 작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동장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겠지'하고 생각해왔는데 수원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장 주민추천제'가 도입된 것이다. 지난 2019년 7월 평동·행궁동장을, 2020년 1월에는 정자1동·세류2동·매탄1동장을 임용했다.

29일 진행된 송죽동장 후보 토론회. 사진/수원시 제공

29일 진행된 송죽동장 후보 토론회. 사진/수원시 제공

 

이어 2020년 12월에도 주민 투표로 송죽동·평동·인계동·매탄2동 동장 임용 후보자를 뽑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추천인단 비대면 투표를 거쳐 전제승(송죽동)·김병수(평동)·김광수(인계동)·김철수(매탄2동) 5급 사전 의결자를 동장 대상자로 선출했다.

 

4개 동 모두 각 2명씩 후보로 등록했고 수원iTV로 생중계한 토론회를 보고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에 접속해 투표를 실시했다고 한다.

 

동장 주민추천제는 정책 추진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이 추천한 공직자를 동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동 단체원, 일반 주민 등으로 구성된 주민 추천인단이 토론회와 투표를 통해 동장 후보자를 선정해서 임명권자인 시장에게 추천한다.

 

동장 주민추천제로 임용된 동장은 임기가 보장된다. 따라서 행정의 연속성, 책임성, 지역사회와의 소통, 주민들의 행정 만족도 상승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동장 주민추천제를 거쳐 임용된 동장에게 인재추천권, 승진·근평 우대,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시는 주민세 환원 사업비, 특별 사업비 등 예산을 특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 6월 염태영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생각난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인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꼼꼼하게 공약을 준비하고, 득표 활동(^^)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저는 이러한 과정이 '지역축제이자 마을잔치'로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는 말처럼 동장을 선출하는 일은 마을의 축제다.

 

주민 스스로 동장을 선택하는 동장주민추천제는 직접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잔치다.

 

이제 시작된 만큼 아직은 동장 주민추천제의 효과를 성급하게 기대할 수는 없다. 수원시와 함께 주민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는 광주시 광산구, 세종시, 공주시, 울주군 등의 사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원시의 동장 주민추천제가 시민주권이 살아 숨 쉬는 '수원 시민의 정부'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수원시의 동장 주민추천제를 성원한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약력

 

김우영, 언론인, 칼럼, 대통령, 동장주민추천제, 순대골목, 남대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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