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공감칼럼] ‘미얀마의 봄’을 응원하며
김우영 언론인
2021-03-15 18:25:29최종 업데이트 : 2021-03-15 18:25:16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공감칼럼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미얀마의 봄' 공연이 열렸다. 재한미얀마학생회가 마련한 그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선약이 있기도 했지만 미얀마 학생들이 초대한 관객들만 입장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고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학생들이 직접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따라서 전문성은 조금 부족했을지라도 진정성이 넘치는 공연이었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화운동 노래인 '위급한 시기다', '동생아' 등의 합창과 현지의 상황을 담아 보내 온 시도 낭송했다고 한다.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는 2013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진밍(Zin Min·26) 재한미얀마학생모임 대표의 말을 보도했다.

 

밤에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는 그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통해 들은 미얀마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어린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많이 죽고 다쳤다. 요즘에는 군부가 밤마다 동네에 들어와서 총을 쏘는 등 위협해 홀로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 하신다"

 

흡사 1980년 5월 우리나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 미얀마에서 재현된 것 같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수원시민들의 메시지. 수원이주민센터 홈페이지 촬영.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수원시민들의 메시지. 수원이주민센터 홈페이지 촬영.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우리와 매우 닮았다.

 

우리나라에서 1961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다음 해, 미얀마에서도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1987년 6월엔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인 '6월 항쟁'이 벌어졌고, 이듬해 8월 8일엔 '랑군의 봄' '8888시위'라고 불리는 대규모 군사독재 반대투쟁이 점화됐다. 군부는 시위군중에게 무자비하게 발포해 3천여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단다.

 

유혈극은 미얀마 각지에서 벌어졌고 대학살을 피해 국경지대 밀림으로 모인 대학생들은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을 조직해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7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때 미얀마인들의 항쟁을 그린 영화가 1995년 미국에서 제작된 존 부어먼 감독의 영화 '비욘드 랭군'이다. 우리나라의 광주 민주화 항쟁과 비슷해 몸을 떨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무대인 미얀마의 수도 랭군(현 양곤)은 한때 '제2의 킬링필드'로 불릴 만치 대규모 학살이 벌어졌던 곳이다. 영화는 군사정권의 철권통치에 반발하는 버마 민중들의 민주화 의지를 미국 젊은 여의사의 체험담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속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의 의연한 모습에 감동 받았다.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태국으로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이 났다.

 

미얀마는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다. 만달레이 불교 사원들과 아침을 여는 불교 승려들의 탁발행렬을 마주하고 싶었다.

 

미얀마의 옛 이름은 버마다.

 

당시 동남아시아의 국제축구대회는 한국의 박스컵(박정희 대통령컵),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 태국의 킹스컵, 싱가포르의 머라이언컵 등이 있었다.

 

한국은 당시 아시아축구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유독 버마와 태국, 말레이시아의 경기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버마는 축구강국이었다. 1960~1970년대 버마는 번번이 우리나라를 꺾고 아시아 대회를 제패하곤 했다. 버마는 우리나라 축구의 천적이었다.

 

안방에서 열리는 박스컵에서조차도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은 버마에 굴욕을 당했다. 제1회 대회에서는 재경기까지 치른 끝에 한국과 버마가 공동 우승했지만 2회 대회에선 버마가 단독우승 했다. 그 대회엔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차범근까지 출전했으나 미얀마 몽예뉜의 중거리 슛 한 방으로 한국 대표팀은 0-1로 졌다. 제3회 대회에서도 또 다시 0-1로 패배, 박정희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몽에몽, 몽몽틴, 몽몽A, 몽예뉜, 몽원몽, 몽틴몽, 몽틴쉔...' 선수들 이름에 유난히 '몽'자가 많이 들어가 헛갈리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실은 지난 해 쯤 '여행 중독자'들과의 미얀마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다.

 

언제나 다시 하늘길이 열릴 수 있을까? 미얀마 사람들의 민주화 항쟁은 승리할 수 있을까?

 

미얀마 양곤 한국대사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도와 주세요"라고 한국말로 외치는 미얀마 사람들을 뉴스에서 보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비록 환갑 진갑 다 지난 60중반 나이지만 미얀마 행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가서 르포를 쓰고 싶었다. 1980년 광주에 갔던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처럼.

 

결국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처럼 민주화를 이룩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19가 스러지고 군부독재 정권이 무너져 내가 미얀마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한시바삐 오기를.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언론인 프로필 및 사진

 

김우영, 언론인, 미얀마, 칼럼, 민주화


추천 3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