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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서호천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언론인 김우영
2020-01-20 15:07:15최종 업데이트 : 2020-01-20 15:06:48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서호천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공감칼럼] '서호천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1980년 대 초 혼인을 했지만 직장이 없어 백수상태였던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낚시였다. 뭐 '꾼'들처럼 거창한 채비를 갖춘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칸 반짜리 낚싯대 하나를 들고 나서는 것이다. 중국의 어떤 옛사람은 사람을 낚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의 낚시는 말 그대로 무심한 세월 낚기였다.

그 세월을 지나 직장에 들어가서도 낚시는 계속됐다. 주로 밤낚시를 다녔는데 지금 광교호수공원이 된 원천윗방죽, 어천방죽 등이 단골 낚시터였다. 밤낚시를 하고 아침에 곧바로 출근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밤을 새는 바람에 피곤해서 입술이 부르틀 정도였다.

그런데 30대 중반 낚싯대에서 손을 뗐다. 낚시의 묘미는 물고기를 낚아 챈 순간의 짜릿함, 그 손맛이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이 잠시의 즐거움을 맛보자고 저 죄 없는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다니..." 그 즉시 낚시를 접었고 지금까지 낚시를 하지 않았다.
 산책로가 잘 정비된 서호천. 사진/김우영

산책로가 잘 정비된 서호천. 사진/김우영

세월이 느리게 가던 20대 백수시절 가끔은 서울 농대 앞 서호천으로 낚시질을 하러갔다. 당시에도 이미 오염이 진행된 상태지만 그래도 꽤 많은 꾼들이 하천 양편으로 앉아 찌를 노려보고 있었다.

꽤 씨알이 굵은 붕어들이 잇따라 나왔다. 팔뚝만한 잉어도 보였다. 하지만 이미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여서 먹을 수는 없었다. 등이 굽은 기형 물고기도 자주 잡혔다. 모두 놓아줬지만 오염은 더 심각해져 몇 년 후엔 물고기 씨가 모두 말랐다. 서호저수지의 썩는 냄새가 고약해 수원-서울을 오가는 전철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당시엔 전철 창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서호는 조선시대 이곳 잉어를 궁중에 진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지금은 멸종 위기종인 수원납줄갱이가 놀던 곳이었다. 나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수문 아래에서 맨손으로 잉어를 잡았지만 70년대 후반 상류 쪽과 농촌진흥청의 오폐수가 유입되고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80년대엔 죽은 호수가 됐다.

몇 년 전 수원시가 발행하는 시정소식지 '와글와글 수원'에도 이와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당시 수원문화원 심재덕 원장을 중심으로 서호 살리기 운동이 전개됐다. 나도 그때 수원문화원이 발행하는 월간 '수원사랑'에 수원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서호를 소개하고 서호의 원형과 생명체를 복원해 시민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을 발표하는 등 서호 살리기에 동참했다.

그리고 서호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심원장이 시장이 된 이후 대대적인 정화사업을 펼쳤고 시민공원으로 꾸며졌다. 물고기들이 돌아왔고 호수 옆 여기산은 백로 서식지가 됐다. 가운데 인공 섬은 서호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가마우찌 등 새들의 낙원이다. 꼬리명주나비의 먹이인 쥐방울 덩굴 등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꼬리명주나비 서식지이기도 하다. 인간과 새와 물고기, 곤충, 식물이 공생하는 도시 속의 아름다운 휴식처이자 자연학습 공간으로 살아난 것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서호천. 사진/김우영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서호천. 사진/김우영

서호천을 산책하는 시민들. 사진/김우영

서호천을 산책하는 시민들. 사진/김우영

경사스러운 일은 또 있다. 2016년 11월 5일~12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된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집행위원회에서 한국 최초로 벽골제(김제)와 축만제(수원)가 ICID 세계 관개유산(HIS : Heritage irrigation Structures)으로 신규 등재되기도 했다. 정조시대 이후의 역사성과 현대까지 이어진 농업혁명의 산실로 인정받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서호천의 수질을 비롯한 생태계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수원시가 지난해 1~12월 서호천 일대(장안구 파장정수장~권선구 서둔동 농대교 8.3㎞ 구간)의 수생태계 건강성·생물다양성·수질 등을 점검한 결과, 2006년 31종이었던 수생식물은 185종, 어류는 4종에서 13종, 조류는 19종에서 31종으로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수질도 좋아졌다. 서호천의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는 2006년 매우 나쁨, 5등급에서 2019년엔 약간 좋음, 2등급으로 개선됐다. 이는 수원시가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2006부터 2015년까지 전개한 '서호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성과다. 이제는 더 이상 서호천에서 등이 굽은 기형물고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어류, 조류, 곤충, 그리고 사람이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던 나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서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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