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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과연 채제공, 죽었어도 당할 수 없구나!"
김우영 언론인
2020-10-26 20:45:26최종 업데이트 : 2020-10-26 20:45:19 작성자 :   e수원뉴스


 

전설이다. 그러니 사실여부는 따지지 말기 바란다.

 

조선 정조시대 삼남지방에서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한 선비가 수원지역을 중 지나던 중 날이 저물어 한 민가에 묵게 됐다. 그 날 밤 한 노인이 꿈에 나타났다. 노인은 이번 과거 주제는 '화도화(花桃花)'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꽃, 복숭아, 꽃'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선비는 노인에게 뜻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노인은 '목화'라면서 "목화는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복숭아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는 다시 하얀 꽃처럼 솜을 피우니 그것이 바로 '화도화(花桃花)'"라고 일러주었다.

 

과연 과제는 '화도화(花桃花)'였고 선비는 급제했다.

 

정조대왕은 선비를 불러 어떻게 정답을 알게 됐느냐고 물었고 선비는 자초지종을 아뢰었다. 꿈에 나타났던 노인의 용모를 들은 정조대왕은 감탄하며 "과연 채제공이로다. 이미 저 세상 사람임에도 당하기 어렵구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채제공의 출생에 대한 신화와 같은 전설도 재미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에게 밤마다 이물(異物)이 찾아왔다고 한다. 하루는 명주실을 이물의 옷자락에 꿰어 놓고, 다음 날 실을 따라가 보니 커다란 거북 한 마리가 있었다. 그 후 10개월이 지나 낳은 아이가 채제공이라는 것이다. 출생 당시 심각한 가뭄이 들었는데 그가 태어나자 마을의 아랫샘과 윗샘에서 생명수가 펑펑 솟아나는 이적이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민속문학사전'은 거북이 장생과 길사를 상징하는 신수(神獸)로, 재상으로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채제공에 대한 민중의 긍정적 평가가 개입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채제공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다. 정조대왕은 아버지의 능침을 화산(융릉, 건릉)으로 옮기고 자주 참배를 하러 행차를 했다. 그리곤 능에 엎드려 통곡을 하며 내려 올 줄을 몰랐다고 한다. 너무 울어서 눈에 피눈물이 흘러 내렸고, 탈진 상태에 이른 임금을 노정승 채제공이 업고 내려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조대왕은 채제공이 1799년 세상을 떠나자 몸소 애도의 글을 지어 내렸다. 그 글은 용인에 있는 채제공 묘 옆 '체재공선생뇌문비(蔡濟恭先生誄文碑)'에 새겨져 있다. '뇌문(誄文)'이란 임금이 신하의 죽음을 애도하고 공적을 기리는 글이다. 그의 뇌문비 비석에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이처럼 채제공에 대한 전설까지 여럿 등장하는 것은 그가 정조대왕 뿐 아니라 당대 민중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써 정조대왕의 개혁정책을 실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고 수원화성 축성 당시 총리대신으로 활약한 사람이다. 1793년 재상으로써 초대 화성(수원) 유수로 임명받아 수원으로 이주해 살았다. 수원화성 축성과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의 모티브가 된 을묘년 원행(1795) 당시에 총리대신으로 행렬을 이끌기도 했다. 수원으로서는 정조대왕, 화성축성 감동당상(監董堂上) 조심태(수원유수도 역임) 등과 함께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지난 22일 그 후손들이 보물 제1477-2호로 지정된 '채제공 초상 금관조복본(蔡濟恭 肖像 金冠朝服本)'과 보물 제1477-3호인 '채제공 초상 흑단령포본(蔡濟恭 肖像 黑團領袍本)' 등 유물 1854점을 수원시(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했다.

채제공 유물 기증식 장면. 염태영 수원시장과 유물을 보관해 온 6대손 채하석씨(61) 등이 참석했다.

채제공 유물 기증식 장면. 염태영 수원시장과 유물을 보관해 온 6대손 채하석씨(61) 등이 참석했다.

 

채제공의 후손들이 지난해 7월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전달한 이후 1년간 유물 조사 및 기증 관련 절차 등을 협의를 진행해 지난 6월 유물의 운송까지 마치고 22일 오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기증식을 가진 것이다.

 

귀한 유물을 기증해주신 후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이를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한 화성박물관 한동민 관장을 비롯한 학예사, 직원들의 노고도 치하하고 싶다.

 

기증 유물들은 특별기획전시 등을 마련해 시민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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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김우영, 채제공, 유물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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