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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옷과 사진, 관람객도 조각 작품이 될 수 있구나!
김우영 언론인
2023-02-19 11:20:50최종 업데이트 : 2023-02-19 11:18:53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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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들이 뭉쳤다. 4시에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가보니 이런, 문을 여는 시간이 5시란다. 날은 점점 추워지기 시작하고 시간은 많이 남고해서 행궁동 골목을 걸을까했는데 한 친구가 수원시립미술관에 가잔다.

 

어,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에르빈 부름 조각전을 보고 싶었는데.

 

에르빈 부름은 1954년 생으로 오스트리아의 빈과 림부르흐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세계적인 조각가로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 대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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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르빈 부름 전시회가 열리는 수원시립미술관(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일행은 단 일초의 고민도 없이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게다가 한 친구와 나는 만 65세가 넘어서 무료입장할 수 있고, 다른 친구도 수원시민이라서 할인 혜택이 있다.

 

의기양양하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는데, 매표소 직원이 아직 만65세가 아니라서 무료입장 대상이 아니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지난 해 이미 전철을 무료로 탈수 있는 '지공거사증'(경기도 G패스, 만 65세 발급)을 발급받았다. 화성행궁과 융·건릉, 국립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했고 야구장도 영화관도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했는데 말이다.

 

직원이 착각한 듯하다. 해프닝이 끝난 뒤 "응, 자네가 젊어 보여서 그런 걸게야" 껄껄 웃으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입장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리고 에르빈 부름의 작품들도 나를 당황하게 했다.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내가 생각하는 조각은 돌이나 나무 등 재료를 깎거나 쇠나 청동 등 주물을 부어서 입체 형상을 만드는 조형 예술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교과서에 나온 미켈란젤로나 로댕의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에르빈 부름 : 나만 없어 조각'전은 1부 '사회에 대한 고찰', 2부 '참여에 대한 고찰, 3부 '상식에 대한 고찰'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현대미술에 풍자와 유희적 요소를 더해 조각, 사진, 영상,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조각작품과 대형천을 이용한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은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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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르빈 부름의 작품 '팻 컨버터블(팻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터질 듯 뚱뚱하게 부풀려진 차('팻카')와 미술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옷('사순절 천'), 속이 빈 일부 신체 등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분홍색 자동차 '팻 컨버터블(팻 카)'는 뚱뚱하고 느끼한 감을 주는 작품으로 현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더 크고 좋은 것을 갈망하는 현대 자본주의, 소비 지상주의 사회를 풍자한다는 어느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날씬한 신체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집착, 비만과 빈곤의 모순적인 관계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녹아내리는 빌딩, 옷을 걸친 사각형 마네킹 앞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상상력을 넓히면서 사회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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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르빈 부름의 작품 '사순절 천'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11m 높이에 달하는 대형 니트 스웨터 작품인 '사순절 천'은 2020년 사순절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슈테판 대성당 중앙 제단에 걸렸던 것이다. 작가는 "지금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인류들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미래 인류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닐까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이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은 온기(溫氣)였다.

 

놀라운 것은 그림과 사진 평면작품도 '조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직접 모델이 돼 게을러지는 법을 다각도로 풀어낸 사진 작업인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은 하품하기, 멍 때리기, 입을 열고 음식 먹기, 하루 종일 텔레비전 보기 등이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허상과 '거짓된 시간'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관객들조차도 조각 작품으로 만든다. 작가의 지시문을 따라 '1분 조각'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3월 19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 관람을 권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조각에 대한, 예술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모든 행위와 소재, 생각들도 조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오래 묵어 석화(石化)되고 있는 나의 고정관념들, 너희들도 뭐 조금 자극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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