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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씁시다
윤수천/동화작가
2015-05-22 09:01:53최종 업데이트 : 2015-05-22 09:01:5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나는 햇수로 11년째 수원의 한 도서관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강좌명은 '행복한 글쓰기'다. 비록 일주일에 2시간의 강의지만 나는 그 어느 강의보다도 마음이 가고 보람도 느낀다. 그뿐 아니라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으면 이 약력을 빼놓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자랑까지 하기 좋아한다.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는 간혹 이런 질문을 하는 이가 있다. 글쓰기면 그냥 글쓰기지, '행복하다'란 말을 굳이 붙인 이유는 뭐냐는 거다. 
그럴 때 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글쓰기의 좋은 점을 강조하곤 한다. 글쓰기야말로 혼자 가지고 놀 수 있는 노리갯감으로 최고라는 것, 크게 돈이 들지도 않는다는 것,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보다 의미 있게 바라보게 되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 등등을 장황스레 늘어놓는다. 

그러면 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약속이나 한 듯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디 글쓰기가 그리 쉬운 일이냐는 것이다. 그건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지 자기들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고. 그냥 쓰라고. 

그렇다. 글은 그냥 쓰면 되는 것이다. 너무 잘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되레 잘 안 되는 게 글이다. 욕심이 앞서다 보면 자칫 거짓 글을 쓰게 되거나 아예 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염려가 있다. 이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다. 해서 나는 같이 공부하는 글쓰기 수강생들에게 이 말을 귀가 아프도록 해오고 있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써라.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알아듣기 쉬운 이야기로 써라. 남을 설득하려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가급적이면 재미있게 써라. 

지금에야 밝히지만 이 글쓰기 강좌는 개설 당시에는 '자서전 쓰기'였다. 세상을 살만큼 사신 어른들에게 각자가 살아온 생의 발자취를 글로 남기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강좌 이름을 바꿨던 것이다. 

자서전을 씁시다_1
자서전을 씁시다_1

자서전 쓰기는 말 그대로 자신의 살아온 삶을 반추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서전은 크게 성공한 사람만 쓰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산 사람은 누구나 자서전을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진정 위대하고 소중한 유산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해서 좀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나 나는 이 자서전 쓰기 운동을 범사회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게 확실하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아름다워지리라고 본다. 

아니 이왕이면 이 자서전 쓰기를 정규 과목으로 일찍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면 어떨까 싶다. 이 무한대의 우주 공간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 한 번뿐인 삶을 살다 가는 나그네로서 자신의 발자취를 자서전으로 남기도록 권장한다면 그냥 사는 것보다 몇 갑절 뜻 있고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특별한' 자리에 앉는 사람만이라도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일은 어떨까 싶다. 예를 들면 국민의 대변자나 봉사자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책무를 수행할 것 아닌가.  

나이를 먹어 보니 나 역시 지나온 세월에 대한 생각이 많아짐을 숨길 수가 없다. 좀 더 인생을 일찍 깨달았더라면, 좀 더 세상을 너르게 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았더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다. 여기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후회도 어쩔 수 없다. 젊은 날의 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좀 더 글 쓰는 일에 쏟을 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서전이라도 제대로 쓰면서 뉘우치는 일만 남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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