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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타령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6-11-28 09:08:54최종 업데이트 : 2016-11-28 09:08:5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국내 100세 인구는, 특히 16개 시·도끼리 비교한 결과 콩과 마늘을 재배하고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 낮은 지역일수록 많았다". 이같이 "콩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 100세 인구가 많다는 것은 콩 섭취와 장수간의 관계가 있음을 뜻하며 이는 마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한다. 
이 내용은 원광대 보건대학원팀이 한국노년학회에 발표한 전국 100세 노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이다.

콩은 장수식품이며 건강식품이다. 콩에는 특이적으로 기능성 성분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게 존재하며, 이 이소플라본 중 대표적 성분인 제니스테인은 전립선암, 유방암 등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성이 있다. 또 제니스테인은 폐경기 이후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저하에 의해서 발생하는 골다공 증세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유해한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유익한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동맥경화 예방효과를 나타낸다. 이외에도 신부전증, 신장질환 등 같은 만성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이소플라본의 장점을 살린 건강식품들이 많이 시판되며,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대장암 치료시험약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미국대두협회에서 조사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85%가 동물성인 우유, 치즈보다 콩 식품을 건강식품으로 인식한 바 있다. 

"어느 날 볏짚, 성냥, 콩이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한참 가다가 냇물을 만나게 되어, 할 수 없이 볏짚이 길게 다리를 만들고, 먼저 성냥이 지나가게 했다. 그런데 잘못하여 성냥머리가 볏짚을 긁게 되어 불이 붙었다. 이를 본 콩이 크게 웃는 바람에 배가 터졌다. 그래서 꿰맨 것이 콩의 배꼽(臍)이란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 준 콩 이야기다. 콩의 배꼽은 콩이 콩깍지에 붙어있던 자리이다. 

한반도를 고향으로 하는 작물은 콩이 유일하다. 이는 1926∼1933년 아시아, 아프리카, 북남미 등 52개국을 탐험한 러시아의 식물유전학자 '바빌로프'(1887∼1943)의 연구결과이다. 바빌로프는 1929년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콩, 팥, 밀 등을 수집하였다. 공교롭게도 미국도 같은 해 한반도에서 콩 유전자원을 수집하였다. 이들 유전자원은 미국의 콩 내병성 품종개발에 큰 공헌을 하며, 미국이 콩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미국은 광복 후에도 많은 우리 재래종 콩 유전자원을 수집해 갔다. 

콩 타령_1
콩의 여러 가지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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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타령_2
콩 타령_2

'콩알만 하다'는 흔히 향소과장(向小誇張)으로 쓰이지만, 우리 옛 문헌에 직유표현이 있다. '삼국유사' 권3 탑상(塔像) 제4 '사불산·굴불산·만불산(四佛山·掘佛山·萬佛山)' 내용 중에 <그 속에는 만불(萬佛)을 모셔 놓았는데 큰 것은 사방 한 치가 넘고 작은 것은 8,9푼쯤 된다. 그 머리는 '혹은 큰 기장만 하고 혹은 콩 반쪽만 하다(其頭惑巨黍者 惑半菽者)'>라 하여 '콩알'보다 더 작은 '콩알 반쪽만 하다'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콩 유전자원 수집원(蒐集源)이다. 이에 알게 모르게 강대국들은 앞 다투어 우리 콩 유전자원을 수집해 갔다. 우리는 지난 1970년대만 하더라도 콩 자급율 100%에 육박하는 콩 종주국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콩 자급율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슬프게도 연간 120만 톤에 달하는 콩을 수입한다. 게다가 수입량의 80% 정도는 유전자변형(GM, Genetically Modified) 콩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콩의 고향땅에서 콩의 가치를 홀대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늦게나마 경기도 파주군에서는 1997년부터 해마다 11월 '파주장단콩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콩의 수요창출을 극대화하여 농업인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우리 콩의 세계적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이다. 2016년은 유엔이 정한 '콩의 해'이다. 소박하지만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또한 100세 시대를 위해서라도 우리 콩을 기억하고 우리 콩 식품으로 건강백세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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