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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전통시장
윤수천/동화작가
2017-04-29 09:41:52최종 업데이트 : 2017-04-29 09:41:5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지방마다 재래시장이 있다. 요즘은 전통시장으로 더 불리는 이곳은 주로 서민들의 발길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수원에도 이런 전통시장이 서너 군데나 있다. 내가 사는 곳의 전통시장은 그 규모가 국내 시장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지 싶다.

나는 종종 전통시장 구경에 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뭘 사겠다고 나가는 건 아니다. 시장에 펼쳐진 다양한 물건과 먹거리를 훑어보는 즐거움은 이만저만이 어니다. 마치 무슨 전시장에 발을 들이미는 기분을 갖게 한다. 오색찬연하다고 할까. 박람회도 이만 한 박람회를 차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사람 냄새에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물건 값을 놓고, 파는 이와 사는 이가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르겠다.
'흥정 문화'는 전통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물건 값을 사이에 놓고 서로의 사정을 늘어놓는 모습은 가히 인간적이다. 가지고 나온 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사정을 봐 달라고 하는 사람과 그렇게 팔면 우린 뭘 먹고 사냐고 애걸을 하는 장사꾼의 모습은 살아 있는 연극이란 생각이 든다. 

전통시장은 이런 흥정과 함께 '덤'이란 인심도 있어 더욱 기분 좋은 시장이다. 선뜻 물건 값을 치른 사람에게 주인이 넉넉한 웃음과 함께 한 줌 더 얹어주는 덤은 가격을 따질 수 없는 것. 그리고 그 덤을 받아가는 사람은 횡재라도 한 듯 입가에 웃음꽃이 만발하고.
어디 그뿐인가. 전통시장의 그 비좁은 길은 사람들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은지도 모르겠다. 길이 좁다 보니 오고가느라 서로의 어깨가 스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없다. 으레 그러려니 하는 게 전통시장의 풍경이요, 사람들의 오랜 인식이다.

 

수원시 전통시장인 못골시장
수원시 전통시장인 못골시장

'허전한 사람들은/다들 모였다.//잃은 것이 많은 사람들/잃은 것을 찾으려고 허둥들 댄다.//바다를 잃은 사람은/청어, 조기, 삼치를 사 들고 가고/고향을 잃은 사람은/산나물을 한 바구니 담아 간다//파는 이나 사는 이나/다 같이 외로워 보이는/시장 안//목청마다 퍼런 외로움이 고이는/오늘/허전한 사람들은/다들 모였다'-졸시 '시장'

나는 오래 전에 전통시장을 소재로 시 한 편을 썼다. 시장에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본 것이었다. 다들 무엇인가를 잃은 탓에 저렇게들 나와서 서성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인간은 쓸쓸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와 함께 쓸쓸함을 감추기 위해 인간은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라고도 생각해 왔다. 머리 싸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사회에 나가 출세를 하려는 것도 다 쓸쓸함을 감추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시장 입구에서 장사를 하는 P는 시장바닥에서 청춘을 보낸 그곳 산 증인이다. 그는 하루해가 저물 무렵엔 슬그머니 돌아앉아 소주잔을 비운다. 혼자 마시는 소위 '혼술'이다. "윤 선생, 있지요? 하루해가 저물고 나면 난 말이에요, 꼭 연극이 끝난 무대를 보는 기분이지 뭐예요. 시장에 나왔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돌아가는 그 풍경이 꼭 연극이 끝난 무대 같거든요. 쓸쓸하다 할까..."
P는 작가가 꿈이었던 사람이다. 학창시절엔 시와 소설을 좋아했고, 언젠가는 분단의 고통을 소설로 작품화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문학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삶이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이젠 한낱 꿈으로만 남아 있단다.

나는 전통시장을 찾을 때마다 P를 먼빛으로나마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비록 학창시절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현실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사는 그의 억척스런 삶이 그 어떤 허구의 소설보다도 더 값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윤수천, 동화, 전통시장, 지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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